[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9) 베트남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보나?

이한우 서강대 교수 입력 : 2020-06-07 14:59

[하노이 홍강 강변에서 이한우 교수]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9) 
베트남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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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는 베트남 개혁·개방을 연구하는 최고 전문가인 서강대 이한우 교수의 칼럼을 연재한다.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는 베트남의 개혁 과정을 톺아보고 분석하며 날로 확대되고 있는 한·베트남 관계에 대한 현황을 살피고 전망을 내놓을 것이다. 이한우 교수는 서강대에서 베트남 개혁정책을 주제로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로 있다. 베트남 국민경제대학 객원연구원으로도 있었다. 그는 베트남 정치경제 개혁과정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개혁으로 인한 사회문화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개혁의 정치경제>, <한국-베트남 관계 20년> 등의 책과 베트남 개혁에 관한 연구 논문을 여러 편 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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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대한 인식의 양면

2019년 한국과 베트남 관계는 이처럼 좋을 때가 없었다고 할 만큼 밀접해져 있었다. 양국 경제협력관계가 최고조에 올랐고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국가축구대표팀을 이끌고 국제 경기에서 승리를 거듭하던 때다. 2020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시기에 두 나라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사건이 생겼다. 한 방송이 다낭에 여행 갔다가 예고 없이 격리됐던 어떤 한국인을 인터뷰하며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 빵 쪼가리나 줬다”고 보도해, 블로그, 유투브 등에 베트남에 대한 비방이 들끓었다. 베트남인 유투버들도 이에 대응해 한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내보냈고, 양자 간 비방이 이어졌다. “바인미가 빵 쪼가리면 김치는 풀떼기냐”라는 말도 나왔다. 곧 이를 보도한 언론이 양해하는 문안을 내보내고, 양 국민들이 노력하여 진정됐지만 말이다. 사실 베트남측이 그 때 한국인들에게 제공한 것은 바게트 빵 바인미(북부 발음으로 바잉미, 남부 발음으로 반미)였다. 국민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중 하나다. 이 작은 해프닝으로 인해 일부이긴 하나 양 국민들의 감정이 왜 이리 상한 걸까? 최근 양국 우호관계가 최고조에 달한 줄 알았는데, 이 일로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갑자기 나빠진 걸까? 어떤 사람은 한국이 경제협력을 통해 베트남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데, 베트남인들이 왜 갑자기 한국을 비방하는가하며 의아해 한다. 왜 그런지 설문조사 몇 개를 활용하여 그 내면을 살펴보자.

양국 수교 25주년이 되는 2017년에 한국일보가 설문조사를 했는데, 베트남인 여성의 67%, 남성의 56% 응답자가 한국 문화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했다. 동질감이 곧 우호감과 같은 뜻은 아닐지라도 긍정적 평가로 보인다. 다른 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긍정적 인상을 가진 베트남인은 대략 70% 정도고, 부정적 인상을 가진 베트남인이 10% 미만이다. 대체로 베트남인들이 한국인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한국동남아연구소가 동남아 각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했다. 한국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베트남인 응답자는 68%였고 보통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0%였다. 3%의 응답자만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베트남인들은 한국의 현대화(78%), 경제수준(57%) 및 과학기술(63%)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인에 대해 호감을 갖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63%로 비교적 높았다. 한국인이 예의바르다고 응답한 비율은 51%, 보통이라는 응답은 38%였다. 한국인의 정직성, 친절 항목에 대해서는 긍정(35%)보다는 보통(54~57%)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더 많았다.

베트남인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한국인들도 베트남을 좋아한다. 영산대 안정헌 교수는 2017년 베트남 거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8%의 응답자가 베트남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양국민은 제3국에 나가서도 다른 외국인보다 더 친밀감을 가진다. 내가 아는 베트남 친구의 아들이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는데, 그의 ‘절친’은 한국인 학생들이란다. 이렇게 서로 친하다고 느끼니 서로 기대하는 바도 있고, 그래서 일이 생기면 더 서운해 하는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인들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생각나는 것이 베트남전 참전일 것 같다. 1992년 수교 직후에 한국인들은 한국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것에 대해 베트남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곤 했다. 25년이 지난 후에도 같은 질문을 하는 걸 보면, 한국인들은 여전히 이것이 궁금한가 보다. 2017년 한국일보 조사도 베트남전 참전이 한국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는지를 물었다. 대상자의 43%가 이에 응답하지 않았는데, 응답한 베트남인 중 한국의 참전이 부정적 인식을 주었다고 답한 사람은 30%였다. 아마도 응답하지 않은 사람도 부정적 인식을 가졌으면서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보면 베트남인들은 “과거를 닫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자”는 정부의 방침을 잘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2017년 조사에서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베트남인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모욕과 폭력이 응답자의 61%로 매우 높았다. 베트남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40%), 화를 잘 내는 한국인의 성격(35%) 등도 꼽았다.

 

[한국과 베트남 공동 작업으로 만든 하노이 풍흥 거리 벽화. 사진@이한우 2019]

 

* 한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인식

한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베트남인들이 어떤 인식을 가졌을까? 2010년 한국동남아연구소의 조사에서 한국인 투자기업에 대해 베트남인들은 긍정(47%)과 보통(45%)이라고 응답하여 대체로 좋은 인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베트남인 학자가 2013년에 한국인 투자기업에 근무하는 베트남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베트남인들은 한국인 관리자들이 일하는 능력이 뛰어나며(60%) 친절하고 열정적이라고(33%)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베트남인들에게 협조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고, 엄격하고 냉정하다거나(30%) 심지어 무섭다고(4%) 응답하기도 했다. 몇 개의 2017년 조사에서도 베트남인들은 한국인들의 강한 책임감, 목표지향성, 체계적 근무 습관 등을 강점으로 들었다. 반면 한국인 투자기업 근무 중 불편했다고 응답한 베트남인들도 24%나 됐다. 한편 안정헌 교수는 2017년 조사에서 한국인 기업인들과 전문인들이 베트남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가끔(80%) 또는 자주(7%) 발생한다고 했다. 갈등은 베트남인들이 정직하지 않음, 과오를 사과하지 않음, 시간관념 부족, 의사소통 한계, 무책임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했다.

이를 보면, 베트남인들이 대체로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지만 한국인 투자기업에서의 권위주의적 노동 문화에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은 한국 및 한국인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으나, 한국인 개인의 정직성과 친절함 등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낮다. 한국인들은 정직성, 시간관념, 책임성 등에서 베트남인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이제 8천 개로 증가했는데, 한국인들의 베트남인에 대한 이해가 예전보다는 훨씬 향상됐다는 보도를 접하곤 한다. 그러나 지금도 파업 발생 순위에서 한국인 투자기업은 대만인 투자기업과 1, 2위를 다툰다. 호찌민시의 경우 2008~2018년간 발생한 노동자 파업의 70%가 한국과 대만 투자 기업에서 발생했다. 간혹 야반도주하는 기업도 생겨 한국 투자 기업 전체를 곤혹스럽게 한다.

이쯤에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바인미 사건으로 왜 갑자기 베트남인들이 한국을 비방하게 됐나? 그간 베트남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에는 긍정적, 부정적 요인들이 모두 잠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국관계의 부정적 요인들을 최근 박항서 효과가 덮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의 쩐응옥템 교수는 양국 문화의 유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온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차이점을 의식해야 상대방에게 신중하게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양국 문화의 유사성은 표면적이며 차이점이 심층에 있다고 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가 상대방의 사회·문화를 이해하도록 더 노력하는 일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작년 11월 한국에서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있었다. 이 기회에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수상(총리)은 양국 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쭉하잉푹”(Chuc hanh phuc)으로 건배를 제의했다. “행복하세요”라는 뜻이다. 보통 건배사는 “건강하세요”라는 뜻의 “쭉슥쾌”(Chuc suc khoe)인데, 푹(Phuc) 수상을 맞아 “하잉푹”을 외쳤던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외교부에서 나왔는지 대통령비서실에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참 사려 깊은 일이었다. 이렇게 상대를 배려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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