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8) 베트남의 정치권력 구도와 체제 변화 방향

이한우 서강대 교수 입력 : 2020-05-18 09:42
누가 다음 최고위 지도자가 될 것인가? 사회주의 체제 변화의 방향은?
 

[하노이 홍강 강변에서 이한우 교수]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8) 
베트남의 정치권력 구도와 체제 변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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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는 베트남 개혁·개방을 연구하는 최고 전문가인 서강대 이한우 교수의 칼럼을 연재한다.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는 베트남의 개혁 과정을 톺아보고 분석하며 날로 확대되고 있는 한·베트남 관계에 대한 현황을 살피고 전망을 내놓을 것이다. 이한우 교수는 서강대에서 베트남 개혁정책을 주제로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로 있다. 베트남 국민경제대학 객원연구원으로도 있었다. 그는 베트남 정치경제 개혁과정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개혁으로 인한 사회문화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개혁의 정치경제>, <한국-베트남 관계 20년> 등의 책과 베트남 개혁에 관한 연구 논문을 여러 편 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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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다음 최고위 지도자가 될 것인가?

베트남은 내년 초 제13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공산당은 5년마다 당대회를 개최해 향후 5년간의 국가 발전방향을 채택하고 당의 주요 인사들을 선임한다. 공산당 대표 약 1500명이 당대회에 모여 중앙집행위원회(약칭 당 중앙위) 위원 200명을 선임한다. 이어 당 중앙위 위원들은 첫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을 20명 정도, 비서국 위원을 10명 이하 선임하고, 총비서(총서기)를 선출한다. 여기에서 당-국가의 최고위 인사 4인에 대한 인선이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국 위원 중 서열 1위 인사가 총비서이며, 정치국 서열 2위부터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차례로 국가주석, 총리(수상), 국회주석(국회의장)으로 선임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 정치 관련 블로그 등을 통해 이 상황을 살펴보자.

다음 공산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당 중앙위는 지난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제12차 회의를 가졌다. 응우옌푸쫑 총비서는 폐막 연설에서 당 중앙위 위원은 당의 원칙을 엄중히 실천하며 단결하고 모범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정치국이 이미 중앙위 위원 200명에 대한 후보자 명단을 완성했고, 위원들은 이 회의에서 차기 당 중앙위 후보에 40명을 추가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차기 당 중앙위 위원 후보에 대해 표결하였는데, 부득담(Vu Duc Dam) 부총리(부수상)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고, 응우옌득쭝(Nguyen Duc Chung)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주석, 응우옌타인퐁(Nguyen Thanh Phong)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주석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차기 정치국 위원으로 이름을 올릴 것이다.

누가 차기 최고지도자 4 거두, 즉 당 총비서, 국가주석, 총리, 국회주석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까지 공산당 비서국 상무위원 쩐꾸옥브엉(Tran Quoc Vuong)이 차기 총비서로 가장 유력하다. 응우옌푸쫑도 그를 지지하는 듯하다. 그는 북부 타이빈 성 출신으로 최고인민검찰원장을 지낸 이후 당 중앙감찰위원장을 맡아왔기에, 출신지역으로나 성향으로나 총비서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어 왔다. 반부패운동의 총지휘자 역할을 수행해 온 그가 총비서에 선임된다면 반부패운동의 동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의 숙정과정에서 당 지도부 내에 그에 대한 불만도 축적됐을 수 있고, 그가 최고위 지도자 중 국내외에 비교적 덜 알려진 인사라는 약점도 있다. 응우옌쑤언푹(Nguyen Xuan Phuc) 총리와 응우옌티낌응언(Nguyen Thi Kim Ngan) 국회주석도 차기 총비서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각기 중부 꽝남과 남부 벤째 출신이어서, 그간 북부 출신이 총비서를 맡아왔던 전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푹 총리는 행정부 수장으로서 성과를 나타냈고 국제 행사에 활발히 참석해 왔기에 국내외 지명도도 높다. 베트남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7%대의 GDP 성장률을 나타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도 성공했다.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주석은 공산당 내 신뢰가 높은 편이다.

제13차 공산당대회가 열리는 시점에 상기 3인은 67~68세가 되어, 정치국 위원으로서 재임하는 경우 65세 이하여야 한다는 당 내규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기 3인 중에서 차기 총비서가 선임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응우옌푸쫑 현 총비서가 2016년 1월 제12차 공산당대회 때 71세였는데 당 중앙위의 특별 승인을 얻어 총비서로 재선임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2018년 10월 이래 응우옌푸쫑이 겸직하고 있는 총비서와 국가주석을 향후 분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응우옌푸쫑은 국가주석 선임 시 두 직위를 일체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긴 했다. 두 직위를 분리할 경우 쩐꾸옥브엉이 총비서를 맡을 가능성은 있으나, 겸직할 경우 응우옌쑤언푹이 총비서 겸 국가주석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쩐꾸옥브엉이 강력한 권력을 쥐는 것에 대해 견제할 세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응우옌푸쫑이 국가주석을 계속 맡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건강 문제로 실현 가능성은 낮다. 그는 2019년 4월 남부 메콩델타 끼엔장 성 시찰 도중 뇌출혈로 1개월 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후 그가 5월에 당-국가 핵심 지도자 회의, 정치국 회의, 당 중앙위 10차 회의에 연이어 참석하면서 공식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지만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비서는 당 중앙위의 특별 승인을 얻어 상기 3인 중에서 선임하고, 국가주석과 총리는 새로운 인물로 선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당 중앙위가 65세 규정에 어긋나는 3인 중 한 명 정도는 특별 승인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국가주석과 총리가 될까? 현 정치국 위원들 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국가주석 후보로 현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 팜빈민(Pham Binh Minh, 북부 남딘 출신), 총리 후보로는 부총리를 맡다가 최근 하노이시 당 위원회 비서가 된 브엉딘훼(Vuong Dinh Hue, 북부 응에안 출신)가 거론된다. 국회주석으로는 당 중앙동원위원회 위원장 쯔엉티마이(Truong Thi Mai, 중부 꽝빈 출신), 당 중앙조직위원장 팜민찐(Pham Minh Chinh, 북부 타인화 출신) 등이 후보로 거명된다.

이들의 성향을 어떻게 봐야 하나? 공산당 업무를 전임으로 맡았던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정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개혁적 성향을 띠는 경향이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쩐꾸옥브엉, 쯔엉티마이, 팜민찐 등이 보수적이고 응우옌쑤언푹, 브엉딘훼, 팜빈민 등이 개혁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개혁과 보수가 분명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이라는 평판을 얻었던 도므어이(Do Muoi)나 중도보수로 알려진 응우옌푸쫑이 총비서 재직 중에도 개혁이 지속됐다. 베트남 지도자들은 모두 경제 개혁을 지지하나 그 속도에 차이를 둔다고 봐야겠다. 특히 정치 개혁에 주저하는 인사들을 보수파라고 칭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따라서 구분하자면 ‘신중 개혁파’와 ‘과감 개혁파’라고 붙이는 게 나을 듯하다. 상기 후보들의 면모를 볼 때, 차기에도 최고위 지도자들은 두 부류의 균형을 취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 지도자들에 대한 합의가 아직 없는 걸 보면 내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듯하다. 공산당은 앞으로 당 중앙위 회의를 한두 차례 더 열어 차기 최고위 지도자들에 대해 합의할 것이다.
 

]국가주석 청사. 사진@이한우 2019]




사회주의 체제 변화의 방향은?

응우옌푸쫑 총비서는 최근에도 베트남의 사회주의 체제는 공식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 호찌민 사상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리 보면 체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의 사회주의 체제가 앞으로도 이대로 유지될까, 어떤 변화는 없는 것일까? 근래 논의들을 보며 변화의 방향과 가능성을 찾아보자.

근래 사회주의 체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2013년 헌법 개정과정에서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는 현재 ‘사회주의공화국’을 ‘민주공화국’으로 변경하자는 것,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를 영도한다는 규정을 폐지하자는 것, 국유경제가 국가 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규정을 폐기하자는 것이었다. 헌법 개정과정에서 있었던 이런 논의는 개정 헌법에서 관련 규정을 변경하지 않으면서 종료되고 말았다. 그러나 개정 헌법에서 부분적 변화는 보인다. 개정 헌법은 헌법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했다. 또한 공산당과 당원이 국민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국민들의 감독을 받으며, 국민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해 공산당의 책임성을 강화했다. 정치체제의 변화와 관련하여 보다 더 긍정적 평가는 헌법 개정과정에서 활성화된 정치과정에 둘 수 있다. 헌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현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을 볼 때, 체제 변화에 대한 압력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국가주석 직선제,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를 상원으로 하고 국회를 하원으로 하는 방안 등도 단편적으로 나타났다.

경제부문에서, 개정 헌법은 국유경제부문이 국가 경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규정을 그대로 두고 시장 법칙에 따른다는 규정을 넣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현재와 같은 경제개혁이 진전되면, 앞으로 국유경제의 주도성은 명목상 규정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베트남의 2013년 헌법은 그 기본틀에서 1992년 헌법을 따르고 있기에 정치·경제체제상 근본적 변화를 보이지는 않는다. 헌법 조문상의 변화와 개정과정에서의 다양한 의견 개진과 활발한 참여는 향후 장기적으로 베트남 체제 변동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어떤 변화가 보일까? 최고위 당 지도자들을 국민이 선출하지 못한다면 당원이 선출하는 방안, 총비서를 당대회에서 직선으로 선임하자는 의견도 있다. 현재로서는 공산당 내 의사결정과정에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수준의 ‘민주화’를 바라는 게 현실적이다.
 

하노이 짱띠엔 거리의 표어, '부유한 인민, 강한 국가, 공평하고 민주적이고 문명된 사회 건설 목표로 공업화 현대화를 추진하자'. [사진@이한우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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