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지원금 받기 힘드네"...접수 프로그램 졸속 개발 지적

이경태 기자입력 : 2020-06-07 12:27
휴대폰 본인 인증만 허용...안되면 7월 오프라인 신청해야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서울1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랜서 P 모(36·여) 씨는 정부가 긴급 지원하는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려 했지만, 휴대폰 본인 인증에 막혀 지급 시기를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할 판이다. 지원금 신청 프로그램상 인증 방법이 휴대폰을 사용한 본인 인증만 가능하다 보니 남편 명의로 휴대폰을 개설한 P 씨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하는 오프라인 신청 기간에 접수할 수밖에 없다. P 씨는 "국민에게 긴급하게 지원한다면서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한다면 그게 무슨 긴급 지원이냐"며 "아이핀 인증이나 공인인증서 인증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왜 휴대폰 본인인증만 반영해놓은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따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익이 급감한 프리랜서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지원하는 고용안정지원금 프로그램이 졸속으로 개발돼 수급 대상자들이 지원도 받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긴급 지원을 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정부 스스로 대상자를 제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전용 누리집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컸는데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영세 자영업자·무급휴직근로자이다. 

대상자에게 생계비 150만 원을 지급한다. 이 가운데 50만 원은 국회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된 이후에나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한 고용안정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본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로만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해 일부 온라인 접수가 제한되는 상황이다. 일부 수급 대상자는 배우자가 근무하는 회사의 복지 제도를 통해 배우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만큼 이번에 온라인 신청을 할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한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어지는 모습이다.

본인 인증 방법이 아이핀 인증, 공인인증서 인증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는 휴대폰 본인 인증만을 선택해 온라인 신청 대상자를 자체적으로 제한한 상태다.

특히, 고용부가 4~5월 중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휴대폰 인증방식만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개발 기간이 짧아서 다른 방법의 인증 방법까지 적용할 수가 없었다"며 "현 상황에서 인증 방식을 추가하기는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긴급하게 지원해준다지만, 여전히 수급자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고 공급자 입장에서 생각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온라인 접수를 알리는 과정에서 신청이 수월한 온라인 접수로 수요를 유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오프라인 신청을 한 달 뒤로 미뤘다고 강조한 논리 역시 힘을 잃게 생겼다. 오히려 온라인 신청에 익숙한 대상자마저 오프라인 신청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에게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이재갑 고용부 장관의 말도 '허공의 메아리'가 된 꼴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타인 명의로 된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이나 온라인에서는 인증 방법을 2개 이상까지는 해줘야 대상자들이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긴급한 게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점을 생각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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