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로나·언택트 신풍속도 '노는 사무실, 일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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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0-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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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대 뒤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전 세계 바이러스 감염병 창궐'이 현실화하면서, 사람들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조심스러워졌고, 활동 범위는 제한됐다. 곳곳에서 재택근무가 시행됐고, 빌딩(사옥)들은 방역을 위해 문을 닫기도 했다. 더는 사무실이 일터가 아니게 됐다.

대신 화상회의나 그룹 통화 등의 메신저가 구심점이 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기업의 생산활동을 도운 것이다. 집에서 일하니 오히려 능률이 올랐다는 사람도 많았다. 사람들은 홈트레이닝으로 근손실을 막고, 로켓·당일 배송으로 생필품을 조달했다. 공연·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도 집에서 즐겼다. 미세먼지만큼이나 갑갑한 기분을 제외하면, 일상이 마비될 정도의 큰 불편은 없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애초에 정보통신기술은 도시나 산업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지역을 넘나들며 일하고, 떨어져 살게 된 가족과 친구의 얼굴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에서 진화했다. 사회활동의 공간 확장을 도운 셈이다. 여기에 각종 기능이 추가됐다. 예컨대 전화가 편지보다 빨랐고, 영상통화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더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떠오르는 '언택트' 기술은 발품을 팔지 않아도, 특수한 목적의 공간이 없어도 사회활동을 가능케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안과 위험 속에서 통신기술은 '자의 반 타의 반' 사람들을 닫힌 공간으로 이끌고 있다.

작게는 가정부터 크게는 국가까지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이 짙어졌다. 산업계에서는 이미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빌딩의 가치는 떨어져도, 공간으로서 '집'의 역할은 늘어나 집값이 계속 오를지도 모르겠다"는 업계 관계자의 우스갯소리가 묘하게 와닿는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기술도 그렇다. 우리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한다. 안전과 편리 추구, 실감 콘텐츠 등으로 대변되는 언택트 기술의 성장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실을 더 안타깝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결국 문제는 중국발 코로나19지만, 이 속에서 정보통신기술과 공간의 조화로운 활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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