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로 만나는 미술품 보존과학...‘보존과학자 C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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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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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 ‘다다익선’ 복원 의견들 전시로…10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우종덕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 (2020) 설치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수집·전시·보존·복원이라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가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일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Conservator C’s Day)’를 오는 10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상처·도구·시간·고민·생각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해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라는 5개 주제로 나누어 구성됐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일상적으로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텅 빈, 어두운 공간에는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C의 고민’에서는 작품을 보존·복원하는 과정 중에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을 시각화한다. 특히 TV를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뉴미디어 작품들의 복원 문제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수용 문제를 다룬다.

우종덕 작가는 최근 이슈가 되어온 백남준 作 ‘다다익선’(1988)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3가지 의견을 영상 설치 작품으로 소개한다. 한 명의 인물이 3개 채널로 나뉘어 각기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영상은 한 사람의 보존과학자가 복원을 수행하기까지 고민하며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C의 도구’ 공간에서는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자료 등이 함께 배치되어 보존과학자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한국 근ㆍ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작품을 분석했다. 1920~1980년대 흰색 안료의 성분 변화를 추적한 분석 그래프와 제조사에 따라 물감의 화학적 특성이 다름을 시각화한 3차원 그래프는 보존과학에 있어 ‘과학’의 영역을 보여준다.

또한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을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실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X선 조사법을 통해 구본웅의 1940년 작 ‘여인’에서는 집,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가 발견되었고, 오지호의 1927년 작 ‘풍경’에서는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을 쌓는 C’에서는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들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야외전시로 인해 표면의 변색과 박락 등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보존 방법론을 소개한다. 또한 신미경의 ‘비너스’(1998) 등 비누 조각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재료적 특성을 확인하고, 다각도로 실험하여 보존·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89년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던 이갑경(1914~미상)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은 2011년 재보존처리 됐는데, 이것은 보존의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이서지(1934~2011), 육명심, 전상범(1926~1999) 등 작품 분야별 보존·복원에 관한 기록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자의 다양한 고민들을 시각화한 흥미로운 전시”라며, “하나의 작품을 보존·복원하기까지 작가와 작품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연구와 담론, 실재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과학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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