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 그친 기업구조혁신펀드, 개선에도 논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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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기자
입력 2020-06-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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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DF 도입·운용 규모 확대에도 투자자들 '머뭇'

  • 기업구조혁신펀드 1조원 추가·PDF 도입 등 PEF에 '러브콜'

  • 배임죄·사모투자 제한 등 구조조정 특별법 추진해야

정부가 구조조정에 민간자금을 투입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 확대에 나섰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2차 펀드에서는 1차 펀드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된 '늦은 투자금 회수'를 개선하기 위해 PDF 도입하는 등 개선안을 내놨지만, 국회의 반기업적 정서와 배임 우려 등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민간 자금을 구조조정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투자자 제한과 배임죄 적용 완화 등의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차 펀드 PDF 도입…투자자들 '관망세'

3일 IB업계에 따르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시장 중심 구조조정 활성화 간담회'를 열고 기업구조혁신펀드 투자를 독려했지만, 투자를 결정한 사모펀드(PEF)는 없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한국성장금융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이 전체 펀드 기금의 50%를 내고 나머지는 민간 수탁운용사들이 출자해 조성한다. 수탁운용사 여섯 곳이 나눠 운용하는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으는 펀드)로 운영된다.

정부는 우선 1차 펀드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된 '긴 투자자금 회수'를 보완하기 위해 3000억원의 PDF를 조성하기로 했다.

PDF 특성상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분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수 시점도 빨라 낮은 리스크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조조정 분야에 접근하는 투자자의 문턱을 낮춰 다양한 추가적인 투자 사례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1차 펀드 운용 시 지분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회수 시점이 늦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해 1차 펀드 조성 당시 민간 투자자인 PEF는 블라인드 펀드에만 투자하면서 장기 투자만 가능했다.

또 대형사의 구조조정을 위해 펀드 운용 규모도 1조6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부재정 750억원을 바탕으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캠코, 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출자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모(母)펀드를 조성했다.

PEF 관계자는 "정부가 그간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구조조정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려고 한 결정은 환영한다"면서도 "여전히 기업구조혁신펀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쉽게 기업구조혁신펀드에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좀비기업 급증…국책은행 지원 한계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민간 자금을 확대하려는 데는, 최근 들어 좀비기업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이 대거 나올 수 있는 만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만으로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모두 떠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부실 요주의' 기업으로 분류되는 '세부평가' 대상 기업은 3307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6년(2637개)보다 25.4%(670개) 급증한 수치다. 이 중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징후 기업'도 지난해 210개로 전년에 비해 20개(10.5%)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에도 기업 구조조정 수요는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0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3개월 이상 감내할 수 없다는 기업은 42.1%,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답변은 70%에 달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서도 지난 2월에만 숙박·음식업종에서 5만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여행사가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업에서도 1만2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부위원장은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기업자산 매각 등 인수·합병(M&A) 투자기회 확대로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민간 자금의 기업 구조조정 투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사모투자 제한 완화 등 근본적 대책 필요

민간 투자자들은 국회에 묶여있는 사모투자자 제한과 배임 우려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 회장은 "구조조정 등 모험적인 투자를 진행할때 투자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배임 관련 이슈"라며 "지난 국회에서 이를 개정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고 제기했다.

배임죄가 기업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3년 쌍용건설 워크아웃이다. 당시 채권단은 쌍용건설의 정상화를 위해 이 채무 재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논의했지만, 군인공제회가 정상화 논의를 거부했다. 군인공제회는 이어 약 1200억원의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기 위해 쌍용건설 예금계좌 가압류를 진행했다. 당시 군인공제회는 배임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행 50인으로 제한된 사모투자자 규제 역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PEF 고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사모펀드 전문 투자자 제한은 100인으로 하고 있지만, 적격투자자는 제한이 없다"며 "민간 시장에서 구조조정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같이 유동자금이 투입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투자자 제한을 완화하면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구조조정 특별법을 발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PEF 관계자는 "이미 지난 국회에서 구조조정 특별법을 통해 배임죄 적용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금융위가 제시했음에도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지 못했다"며 "최근 PEF에 대한 여당의 부정적인 태도를 봤을 때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되기 어려운 점도 기업구조혁신펀드 성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시장중심 구조조정 활성화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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