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인 교수 "첫 단추 잘못 꿴 추경, 한국판 뉴딜은 올드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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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5-2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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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딜의 핵심은 사회간접자본 확충 아닌 경제구조 개혁"

  • "추경 23조 투입했으나 효과 미미...3차 땐 집중 지원 필요"

  • "靑 정책실장 제역할 못해…정책 구상은 정치인과 학자 몫"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간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돈을 풀고, '한국판 뉴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런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200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용역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재벌 순환출자 문제를 최초로 수면 위로 올린 진보학자의 비판이어서 현 정부엔 더 아프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뉴딜을 사회간접자본(SOC) 확대로만 이해하고 있다"며 "뉴딜 정책의 핵심은 한계 상황에 다다른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밝힌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경제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19로 급속히 확산한 언택트(비대면) 소비와 재택근무, 화상회의, 비대면 의료 등이 그 토대다. 박 교수는 "현재 정책은 SOC에 디지털을 결합한 수준"이라며 "한국판 뉴딜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발표된 것은 새로운 게 없다(올드딜)"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장관급인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를 만들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창의적인 정책을 강구하지 못하면서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책 구상은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하고, 공무원은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국경 봉쇄가 이뤄지면서 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한 공장이 셧다운(일시적 가동 중지)에 들어가는 상황이 생기면서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박 교수는 "코로나19로 지리적인 인접성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정부와 기업 모두 국경 봉쇄 상황만 단순하게 고려해서 리쇼어링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화의 후퇴와 경제와 무역에서 나타나는 전 세계 공급망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라며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변적인 요소가 많아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계획)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방역은 한숨 돌리게 됐다. 문제는 '포스트 코리아'다.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충격은 사회적 안전망이 가장 취약한 소상공인, 중소기업, 프리랜서에게 집중됐다. 항공과 여행, 숙박, 외식 등 서비스업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1~2차 추경으로 2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3차 추경에서라도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입은 사람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기업에 고용 유지와 투자 진행을 요청한 것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에 재계는 정부와 '거래'에 나섰다. 법인세율 인하와 전속고발제 폐지 반대,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재계의 행태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 제안을 이용하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법인세를 낸다는 것은 이윤을 낸다는 뜻인데, 많은 기업이 코로나19로 죽고 사는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재벌들이) 법인세율을 낮춰달라는 것은 염치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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