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발언대] 항공MRO사업 부활 위한 폴리텍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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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박흥서 기자
입력 2020-05-1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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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준동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수

신준동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수

코로나19 상황으로 잠시 주춤하기는 하나 젋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이 항공회사라고 한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여가를 즐기면서 살려는 방향으로 삶의 목표가 바뀌어 가고 있어서 발전 전망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런 생활환경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항공 산업의 급속한 팽창을 가져오는 계기와 함께 항공기의 수요 급증에 따라서 항공정비사업도 급성장하게 됐다.

항공기는 고장이 나면 자동차처럼 잠깐 세우고 수리하거나 레커차로 정비공장으로 이동해서 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공사고는 엄청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므로 예방정비가 필요하고 신뢰성을 갖춘 정비를 수행하여 감항성을 취득한 후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항공기나 항공기 엔진은 물론 각종 장비품은 규정한 사이클 타임(cycle time)이 도래하면 성능이나 기능에 관계없이 점검하고, 수리하고, 완전히 분해 조립하는 오버홀 작업을 수행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예방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오버홀(OVHL) 작업인데 이를 '항공MRO사업'이라 부른다.

필자는 1985년도에 'BOEING-747 점보 항공기'에 장착되는 엔진의 OVHL 교육을 미국 'PWA사'에서 수료하고 국내 최초로 정비 운영 체계를 구축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까지 미국으로 엔진수리를 보내던 것을 국내에서 OVHL과 수리 작업을 수행하면서 회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을 창출한 성과가 있었다. 이것이 발판이 되어 대한민국의 항공정비산업은 유럽의 루프트한자, 미국의 델타항공, 중국의 차이나에어 등 10여 개국 대형 항공사의 항공기 중정비와 엔진 OVHL 작업을 수행하여 항공MRO사업으로 상당한 수익도 창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의 MRO 사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급격하게 쇠퇴하였다. 현재는 외국 항공사로부터의 수주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의 'A-380 항공기'는 필리핀으로, 'BOEING-737 항공기'는 싱가포르 등으로 외주 수리를 보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항공정비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정부의 MRO 사업에 대한 투자 무관심과 항공사의 항공기 운항 위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업 정책의 결과로 우리보다 기술이나 환경 조건 등에서 뒤지는 동남아에 사업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사업 쇠퇴 원인은 항공MRO사업을 위한 기반은 국가에서 조성해야 하나 무관심했고 항공MRO사업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 양성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기 MRO 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투자가 이뤄져야 이익이 창출되는 특성이 있다. 항공 사업에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려는 기업이 별로 없고 고부가가치 산업인 줄 알면서도 일개 기업이 감당하기엔 부담이 큰 사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두 개의 대형 항공사와 저가 항공이라 부르는 LCC(Low Cost Carrier) 9개 항공사가 난립해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여객기는 382대나 있는데 모두 해외로 중정비를 의뢰하고 있어 1년에 1조원 가까운 비용이 국외로 유출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에서 MRO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165만㎡ 부지에 파일 작업으로 기초공사를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가에서 항공MRO단지를 조성해 경쟁력 있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 주는 데에 발맞춰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는 항공MRO학과를 신설, 하이테크 과정을 통해 고급정비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양성된 인력이 MRO 업체에 공급되면 대한민국의 항공 정비 산업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젊은이들이 고도기술 고부가가치 산업에 취업할 기회의 확대는 물론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라는 측면에서도 고용의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380 항공기' 1대가 4000억원 이상 웃도는 데 중정비를 수행하기 위해 30일 동안 필리핀 MRO 단지에 보내야 한다. 'BOEING-737 항공기' 점검에는 싱가포르에 20일 정도 보내야 한다. 비싼 항공기를 장기간 운항할 수 없어 비용 손실이 매우 크다.

인천공항에 MRO 단지가 설립되면 국내 항공기를 점검을 위해 외국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 게다가 경쟁력을 갖추면 외국 항공기도 손님을 인천공항에서 내려놓고 일정기간 중정비를 수행하고 점검이 끝나면 손님을 태우고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의 더 큰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정비를 하게 되면 항공기의 부품 수리도 다수 발생하는데 주위에 있는 인천 남동공단·주안공단, 안산 시화공단 등도 부품 공급업체로 육성하면 활성화될 것이다. 지금도 항공기 엔진 부품을 도금하던 조그만 회사가 자동차 연료 노즐 도금 기술을 개발해 독일 보쉬 사에 납품하면서 연간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체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 이는 첨단화된 항공기술과 기존의 고유 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항공정비 품질관리를 통해서 이룩한 성과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의 항공MRO학과 신설은 동북아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이 인접한 최적의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어 더 큰 의미가 있다. 항공MRO사업에 필요한 정비 인력을 공급하는 데 있어 국내외 각 항공사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 고객이 원하는 양질의 인력도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회에 필자는 38년 동안 항공사에서 정비를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MRO 하이테크 과정'을 신설해 양질의 정비 인력을 배출하는데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 캠퍼스도 국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육성 중심 대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도전하고 있다.

며칠 전 인천공항에 있는 MRO 업체 방문 시 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비행기가 코로나 여파로 주기장에 모두 서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하루빨리 우리나라 항공업계 정상화와 국제적인 경쟁력을 회복하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폴리텍대학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모든 분에게 찬사를 보내며 솔로몬 왕이 다윗 왕 반지에 써준 글귀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할까 한다.

'This, too, shall pass away'(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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