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3차례나 '국민' 언급…사회와 적극적 소통 의지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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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백준무 기자
입력 2020-05-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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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1위 기업 성장, 국민 덕분에 가능"

  • "그 과정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에 머리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80년 역사상 무노조 경영에 마침표를 찍고, 4세 경영으로 이어가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3일 오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3대 의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외부 감시기구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준법 의무 위반 사항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지 2개월 만이다.

그는 사과문 발표 중에 3차례나 국민을 언급하며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사과, 더이상 대물림은 없다

삼성 총수가 기자회견 형태로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에 대해,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해 각각 머리를 숙인 바 있다. 이 부회장 역시 2015년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사과했다.

선대 총수들의 대국민 사과에는 이에 따른 고강도 쇄신안이 포함됐다. 이병철 회장은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하면서 계열사였던 한국비료공업 지분의 51%를 정부에 헌납했다. 이건희 회장은 회장직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사외이사 선임 투명화 등을 골자로 한 10개항으로 이뤄진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도 삼성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준법감시위의 권고에 대한 수용폭 역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오너 기업의 꼬리표인 반재벌 정서와 거리를 두고, 진정성 있는 책임경영에 나가기 위한 이 부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더 이상의 경영권 승계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향후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면 국내 주요 재벌 중에선 전례 없이 총수 없는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자리잡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문 경영인에 자리를 내줬다가 회사경영이 위기에 빠지자 다시 오너 일가 경영 체제로 복귀한 일본 도요타자동차 등의 예를 들며 오너 부재 공백으로 인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노조 경영 사라진다

무노조 경영 기조 또한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6개 노조도 이 부회장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노조 측은 "중요한 것은 (이 부회장의) 실천이다"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2017년 이후 줄곧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이라는 사회공헌 비전이 대표적이다. 창립기념식에서도 "우리의 기술로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돼야 한다"며 삼성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그룹 임시이사회 및 경영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 총 300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해묵은 현안에 답변을 내놓은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 퀀텀닷(QD) 디스플레이 분야에 13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겠다"며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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