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③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 위기 때마다 사업영토 넓힌 ‘뚝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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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입력 2020-05-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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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파동 두차례 겪으며 해외유전 개발 정면돌파

  • 미국기업 투자 등 10년 준비 이동통신사업 획득

“불황에 직면해서도 결코 위축되거나 주저할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자세로 이를 정면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 취임 3년차인 1975년 당시 신년사 중 일부다. 위기 때마다 발휘해 온 뚝심 경영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선대회장은 위기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승부사적 기질로 섬유회사에 불과했던 선경(현 SK)을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1973년 취임한 선대회장은 자본, 기술, 인재가 없었던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천명했다. 많은 이들은 이를 두고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지만 치밀한 준비와 실행력으로 불가능을 현실로 이끌어냈다.

특히 그의 혜안은 1980년에 빛을 발한다.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 끝에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비단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유공은 이후 1973~1974년, 1978~1980년 2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으로 세계적 혼란을 겪자 198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다.

성공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그는 뚝심 있게 사업을 추진, 이듬해인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선대회장의 도전정신은 통신분야로 영토를 넓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웠고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차분히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착착 준비했다. 앞선 준비 덕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다.

그런데 선정 이후 특혜 시비가 불거지자, 그는 사업권을 자진 반납하는 뚝심을 발휘한다. 선대회장은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내부를 설득했다. 실제로 2년 뒤 문민정부가 이동통신의 민영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현 SK텔레콤)에 진출했다.

선대회장은 선경의 성장조차 불투명했던 1970년대부터 인재양성에도 공을 들였다. 1970년대만 해도 SK는 섬유업종 중심의 중견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재가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믿음에 따라 당시 MBC 간판프로그램인 '장학퀴즈' 단독 후원을 맡는다.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선대회장의 의지 때문이다.

1972년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다. 1974년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당시 서울 집 한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 지원했다. 재단이 44년간 양성한 인재는 국내외 곳곳에서 거목으로 자랐다.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40명에 달하는 해외명문대 박사를 배출했고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위기를 정면 극복하는 선대회장의 뚝심 경영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SK그룹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달 창립 67주년 ‘메모리얼 데이’ 행사에서 최태원 SK 회장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위기 극복의 과정이었다”며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저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새 역사를 써내려 가자”고 말했다.
 

故 최종현 회장이 1986년 해외 유학을 앞둔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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