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orona, First Korea!] 노트북 앞에서 따로 또 같이 회식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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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4-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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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층 전유물로 여겨졌던 언택트 문화 5060으로 확산

  • 온라인 쇼핑ㆍ교육에 화상 회의로 비대면 업무 보편화

  • 1~2인용 이동 수단 늘고 항공사 좌석은 더 넓어질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먼 미래의 일로만 떠올렸던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상황이다.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언젠가는 되겠지' 했던 일들이 성큼 앞당겨졌다. 끊임없는 산업화에 따른 지구의 골칫덩이 환경 오염 문제는 시간을 멈춘 듯한 경제활동 일시 정지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많은 사망자를 밟고 일어난 변화다. 희망을 찾아야 하는 것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바이러스는 우리 인간의 목숨을 계속 위협할 테고, 역경을 이겨내는 우리 한민족의 DNA는 그때마다 진화의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본지는 'Post Corona, First Korea!' 기획을 통해 짧은 기간이지만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변화를 통계를 토대로 점검해본다. [편집자]

# 오늘은 부서 회식 날이다. 해외, 지방, 회사, 집 등 각자 다른 장소에서 일하지만 단합을 위해 뭉쳤다. 각자 화상 채팅 프로그램을 켜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안주와 술은 취향대로 맘껏 준비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없지만, 각자 페이스에 맞춰 술을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바꿀 미래의 일상이다. 코로나19 전에도 언택트(Untact) 문화는 존재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와 부정을 뜻하는 언(un)의 합성어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스타벅스에 도착하기 10분 전 사이렌 오더로 음료를 주문한다. 주차장이나 주유소엔 직원 대신 무인 기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 일부에만 적용됐던 언택트 문화가 코로나19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아 급속히 확산했다. 코로나19는 젊은 층뿐 아니라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언택트 소비에 뛰어들게 했다.

11번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한 설 직후 50대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 60대 거래액은 48% 급증했다. 다른 쇼핑몰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 같은 온라인 거래는 상점까지 왔다 가는 시간을 줄이고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다. 장을 본 물건을 무겁게 들고 올 필요도 없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장을 보는 것은 소득에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소비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패턴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자 이송 중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의료계의 반대로 원격 진료 도입이 지체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새 전기를 맞았다.

미래 사회에는 구급대원이 환자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하는 길에 실시간으로 의사와 소통해 당장 필요한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원격 진료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의료진의 감염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집이 곧 회사'인 시대도 머지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우리나라는 집에서 일하거나, 노트북 등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일할 스마트워크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기업들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렸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회의는 화상으로 했다.

집중도가 낮아지거나 소통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되레 시간을 절약하고 업무 효율이 개선됐다. 이 같은 스마트워크가 보편화하면 다 같이 모여 일하는 공간도 필요 없다. 재택근무 확산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환경을 만들어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고, 출산율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
 


"엄마, 학교 다녀올게요"라는 인사가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다. 등교·등원하기 어려우면 집에서 요양하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투 트랙' 학습이 대중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 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온라인 수업 형태로 진행하는 '등교 준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교는 화상 학습이 가능한 '눈높이 365 온라인 학습 서비스'를 시작했다.

감염병에 대한 우려는 교통수단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 이용이 늘어난 것처럼 1~2인 정도의 소규모 인원이 탑승할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젊은 층이 따릉이,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 개인 모빌리티에 열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내비게이션 솔루션과 간편결제의 결합은 개인 이동 수단의 무궁한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사진= 과기정통부]

비행기는 전보다 더 타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항공사들이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우는 대신 좌석 간격을 넓게 만드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감염 우려를 낮추고 동시에 항공사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만, 승객이 살 수 있는 티켓은 줄고 더 비싼 비용을 치르는 결과를 낳는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왜 결혼 안 했어"라는 질문보다 "대체 왜 결혼을 한 거야"라는 물음이 일반적으로 여겨질 날도 금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충격이 결혼·출산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출산율 감소 추세를 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이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등 전통적인 가구상을 깨고,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대신 집에서 '혼술', '홈트(홈트레이닝)',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을 즐기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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