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증언..."방망이로 맞고, 성폭행 후 낙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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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입력 2020-04-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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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첫 공식조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부산시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이 폭행을 당해서 죽거나 자살하는 것을 본 적이 있고 시신처리 과정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불법감금돼 강제노역, 구타, 생매장 등 끔찍한 일들을 겪었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탈출한 피해자의 고발로 인권유린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으나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 등 가해자 대다수가 가벼운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부산시는 지난해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 생존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동아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의뢰했다. 피해자 14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이들 중 피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21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이 이뤄졌다.

형제복지원 참상이 1987년 세상에 알려진 지 32년 만에 이뤄진 공식조사에서 나온 증언은 참혹했다. 피해자들은 심하게 폭행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하다가 죽은 사람을 생매장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성 피해자들은 성폭행을 당해 임신을 하는 경우 강제로 낙태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부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3년간 수용 생활을 한 면접 참여자 A 씨는 "몇 명을 산에 묻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방에 묻고 그 위에 시멘트와 흙으로 덮었다"며 "돌을 들다가 힘이 없어 깔려 죽은 사람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돈을 벌겠다고 부산에 왔다가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는 B씨는 "때리다가 죽어서 가마에 똘똘 말아서 창고에 차곡차곡 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부산으로 여행 갔다가 통행 금지에 걸려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는 C 씨는 "지옥 같은 형제복지원에서 나가고 싶어서 3차례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그로 인해 심한 폭행을 당했고 수시로 성폭행도 당했으며 5년 뒤에 부모님이 호적을 만들어서 찾으러 올 때까지 수용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어린나이에 수용된 D씨는 "허벅지가 터지도록 매 맞고 정신병동에서 몇 개월 일하게 됐는데, 거기서 강간당하는 사람들과 낙태 수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용역팀이 조사한 전체 피해자 149명 중 수용자들은 당시 15세 이하가 74.5%로 가장 많았다.

열 명 중 여덟명(79.7%)은 납치 또는 강제 연행으로 수용됐다고 말했다. 성추행(38.3%), 강간(24.8%) 등 성 학대가 빈번했고, 자상(67.2%)을 비롯해 평균 4.7개 신체 부위를 다쳤다. 수용 기간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험은 83.2%에 달했고, 3.4%는 사망자 처리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고 답했다.

부산시는 이번 용역결과를 이달 말쯤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형제복지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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