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회사채 위기] ②경기 침체·달러 강세·신용등급 강등...3중고 시달리는 亞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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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4-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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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시아 기업들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상황 같은 상황에 시달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 당시 아시아 기업들은 전례없는 달러채 부담에 허덕여야 했다. 달러 강세와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 경제가 침체 위기에 서면서 기업들은 점점 돈을 벌기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시아 경제가 제로(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경제성장률이 멈춰서는 건 60년 만에 처음이다. IMF는 "이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4.7%)나 아시아 금융위기(1.3%) 기간에 비해 더 나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달러 강세는 기업들의 달러채 상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현지 통화로 환산되는 원금과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지난달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100을 돌파한 뒤 꾸준히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전통적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하는 것이다.

반대로 아시아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올해 들어 달러를 상대로 11% 넘게 곤두박질쳤고, 태국 바트는 9% 넘게 미끄러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와 견주고 있다. 당시 아시아 기업들은 자본 유출과 달러 고갈로 기업들이 전례없는 달러채 부담에 짓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시아 채권시장은 당시에 비해 몸집이 커졌지만 부채 비중이 높아지면서 체질은 더 약해졌다고 슈로더투자관리의 레이먼드 치아 애널리스트는 진단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보고서를 내고 아태 지역의 신용 환경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지역 봉쇄령과 이동 통제에 따른 수요 충격이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건축, 광업에서 소매, 운송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이 코로나19 영향권이다. 보고서는 특히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이미 코로나19 위기 속에 계속 떨어지고 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아태 지역 482개 기업 중 20%가 코로나19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경제 피해가 커질 경우 해당 기업 신용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아시아 기업 47곳이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는 국내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무디스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는 현재 신용등급 Baa1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전환됐고, 한화토탈과 롯데쇼핑에 대해서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아시아 각국은 기준금리를 낮추고 재정부양을 가동하는 등 기업 줄도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양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은행권 부실대출 부담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가 코로나19 후 새로운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코로나19와 경제 충격에 대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부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의 에이미 탠 아시아 지역 담당자는 "다수의 아시아 기업들이 자금 조달 채널을 다양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과 외환시장 등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자금 조달 대안 채널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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