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급여삭감…패션 구조조정 ‘피바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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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0-04-0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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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성통상 무더기 권고사직 논란 일파만파

  • "나도 구조조정될까" 불안에 떠는 직원들

패션업계에 구조조정 피바람이 불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덮치면서 의류 소비가 얼어붙자, 구조조정 공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유럽에 의류를 수출하는 벤더사들은 수출길까지 막혀 거침없는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탑텐'으로 유명한 신성통상 직원들이 정리 해고 위기에 놓인 채 불안감에 떨고 있다. 앞서 신성통상은 최근 수출사업부 직원 22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자발적으로 퇴사한 7명을 포함해 총 30명이 회사를 나갔다. 수출사업부 전체 직원은 220명 정도로, 이 가운데 10%를 넘는 인원이 사직한 것이다.

눈앞에서 동료를 잃은 신성통상 직원들은 이날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끊임없이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한 신성통상 직원은 "사전 공지 하나 없이 인사팀장이 개인전화를 돌려 에이션패션 건물 5층으로 불려가 해고 통보를 받으면 짐 싸서 나가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 전화가 나한테 올지, 내 동료가 받을지 모르는 그 피말리는 긴장감 속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다가 떠나는 팀원 하나하나 배웅하고 줄초상 난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신성통상 탑텐 매장 전경. [사진=신성통상 제공]

신성통상 측은 바이어 주문이 끊어진 상태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공장이 모두 가동 중단했으며, 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 집중된 바이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선적 보류와 주문 취소를 단행하면서 수출사업부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며 "지난해 주문이 3억5000만 달러였는데 올 들어 2억 달러가 취소되면서 어쩔 수 없이 권고사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알려진 것처럼 55명 당일 해고 통보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권고사직, 구조조정 모두 먼저 전화 혹은 미팅, 메일을 주고받았으며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인력 구조조정은 신성통상뿐만 아니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의류업체를 중심으로 속속 진행되고 있다. 신원, 한세실업, 풍인무역, 한솔섬유 등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90% 넘는 한세실업은 지난주부터 비상경영대책 협의에 들어갔다. 기존 인력 감축은 단행하지 않았다. 다만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진행했던 공채는 면접을 앞두고 중단했다. 의류 전문 기업 신원도 미국 거래 업체에서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돼 업무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해외사업부를 축소하고 직원 7명을 정리해고했다. 

의류 수출 업체 풍인무역도 이달 초 직원의 50% 이상에 대해 무기한 무급휴직을 통보하고 권고사직을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풍인무역을 다니는 한 직원은 청와대에 청원글을 올리며 "무급휴직을 받아들이지 않는 직원의 월급을 30% 삭감했다"고 토로했다. 한솔섬유는 4월 발표 예정이던 승진 인사를 보류했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는 배우진 대표가 회장 지시의 인력 감축 계획을 담은 메일을 전 직원에 오발송 해 논란이 일었다. 패션그룹 형지의 학생복 업체 형지엘리트는 본사 직원 5명을 감축했고 브랜드 업체 형지I&C는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중견 패션업계 관계자는 "오늘내일 중 해고 통지 면담이 올 것이란 이야기가 사내에 돌고 있다"면서 "다들 '설마'하는 분위기지만 타사를 보면 현실화할 것이란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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