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한정위헌' 이후 헌재 파견법관에게 더 많은 정보요구

신동근 기자입력 : 2020-04-08 14:39
대법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자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헌재 관련 정보수집에 더 열을 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같은 요구를 헌재 파견법관들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와 관련된 증언을 했다. 

이날 이 전 위원의 증언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업무방해죄 사건과 관련해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 부분에 집중됐다. 

대법원은 현대차 비정규 노조 간부들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업무방해죄를 노동조합에 적용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리려 했다.

그러자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은 '한정위헌은 법률해석이므로 헌재의 권한이 아닌데도 헌재가 무리하게 헌법소원을 인용하려 한다'며 불쾌해 했다. 이 전 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단순히 불쾌감을 표시한 것에 그치지 않고 헌재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하는 등 감시를 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 전 위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과 처장, 차장 등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이런 사건들을 챙겨보라고 처음부터 말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나기 전에 '비상대처 방안'을 강구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파견 법관에게 정보를 받는 것은 관례였지만 헌재의 한정위헌 사건이 나오면서 받는 자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헌재에 대한 보고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측은 반대신문을 통해 "헌재 상황을 잘 알아두라는 지시에 따라 파견 법관과 연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 통로가 정착"됐을 뿐 “헌재 내부 정보를 빼내기 위한 새로운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라는 증언을 받아냈다. 

또 “파견 법관에게 자료를 받은 것은 독단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윗선에서 말한 것을 따른 것이고 정보를 받는 상황은 대법원장 등도 다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재판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재판 피고인들의 재판개입 지시 등 혐의는 낮추고 자신은 지시를 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재판에서는 헌재에 파견돼 헌재의 내부 동향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해왔던 법관이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등이 발령 인사 자리에서 ‘중요한 일이 있으면 바로 알려달라’고 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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