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강등이 더 무섭다"…기업들 잇따라 등급 자진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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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이보미 기자
입력 2020-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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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신평, 1분기에만 12개사 등급 반납…"자금조달보다 신용유지가 유리 판단"

  • 나중에 채권발행땐 등급 하락 우려도

올해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등급을 자진 반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된데다 자금 시장이 경색돼 쉽사리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올해 신용등급 자진 반납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이 단기적으로 강등을 피할 수 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자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7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용등급(회사채)을 자진 반납한 기업은 12개사(18차례)에 이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8개사(10차례)보다 많은 수준이다. 

나신평뿐 아니라 한국기업평가도 최근 1개월 동안 3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취소 처리했다. 글로벌 신평사도 유사한 상황을 맞이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피치(Fitch)에 등급 철회를 요청한 데 이어 무디스(Moodys)의 등급 역시 취소했다. 

이는 올해 채권을 발행하려고 신평사를 찾았다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보여 이를 취소한 기업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은 통상 발행사에서 요청해 평정이 이뤄지는 만큼 발행사가 채권 발행을 포기하는 등 변수가 발생하면 등급을 스스로 반납(취소)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들 기업이 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당장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지금까지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왔던 신용등급을 지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자진 반납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 경기가 위축되면서 채권 발행에 나서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무더기로 강등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외에서 신용등급을 자진 반납하며 평판 리스크를 남겼다는 점이다. 통상 자진 반납을 하게 되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만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문 탓에 투자자들이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올해 초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신평사 관계자는 "신용등급 자진 반납 자체가 추후 평정에 불리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신용평가 이후 시장 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을 사정이 좋지 않거나 숨기는 게 많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어 평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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