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한달새 세배 급증…금융권, 부실 전이 ‘경고음’

윤동·홍예신 기자입력 : 2020-04-07 05:00
나이스신평, 8개 업권 중 6개에 ‘부정적’ 사태 장기화땐 추가 대출부실 위험 커 소상공인·중기 대상 여전사 위험 가중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 탓에 기업들의 신용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악화됐다. 당장 돈이 급한 기업들이 결국 금융사를 찾아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금융사의 위기도 코앞까지 왔다는 점이다. 금융사 입장에서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 기업들의 대출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가는 건전성이 일거에 취약해질 수 있다. 반면 그렇다고 무작정 건전성만 우선하기도 어렵다.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금융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국내 금융 시스템과 금융사에 대한 신용등급 혹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국내 은행 시스템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제주은행·경남은행 등 지방은행과 한화생명·한화손보·IBK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P도 한화손보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현대캐피탈을 부정적 관찰 대상자로 등재했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3월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금융업권 신용등급 방향성을 대거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8개 금융업권 중 생명보험만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번에 나온 보고서에서는 8개 업권 중 6개 업권의 신용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사진=나이스신용평가]

이들은 해당 금융권에 코로나19 영향으로 발생·심화된 기업들의 부실이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고 평정했다.

문제는 글로벌 신평사의 시각처럼 최근 상당수 기업들이 금융사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6조5495억원 규모에 이른다. 당장 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기는 어려운데 돌려줘야 할 돈은 많은 셈이다. 결국 가까운 은행을 찾는 기업이 적지 않다.

실제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총 538조1934억원으로 한 달 전(524조7367억원)보다 2.6%(13조4567억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과 2월 기업대출 증가분이 각각 4조7627억원과 3조6702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큰 규모다. 시중은행 외에 지방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의 기업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다수 금융사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당수 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은 그대로 부실자산으로 바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고객층이 소상공인·중소기업인 여신전문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실자산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렇다고 추가 대출 등 여신을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의 적절한 지원이 없어 실물경제가 완전히 흔들린다면 금융사도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최근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초저금리 대출을 12조원 규모까지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 위험을 줄일 틈이 없다.

결국 대다수 금융사는 올해 초를 전후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신한·KB·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 모두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점이 눈에 띈다.

대다수 금융사는 올해 계획을 모두 백지화했다고 한다. 코로나19와 0%대 기준금리 등 계획 수립 때 고려되지 않은 변수가 너무 많이 발생한 탓이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위기관리 대책을 가다듬고 있다.

대부분 금융사는 실물경제를 지원하면서도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기업의 부실이 금융사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교역여건 악화, 경기둔화 등으로 기업 채무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한계기업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사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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