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게임 위상] ③ 힐링 게임이 대세...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대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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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4-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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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리뷰

  • 친구들과 성과 공유하며 자유롭게 무인도 꾸미는 힐링 게임... 어렵거나 폭력적인 퀘스트는 없어

"왕십리 이마트 앞 15명 꽉 찼음... 영등포나 미아로 가세요" "알겠음, 죽전 앞도 꽉 찼어요"

5일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이 신세계 일렉트로마트 지점마다 15개씩 풀린다는 소식을 들은 그들의 움직임은 첩보전을 연상케 했다. 전날 네이버 카페 등에서 소식을 듣고 텐트까지 준비해 일렉트로마트 지점 앞에서 밤을 새운 게이머들만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과 함께 풀린 '모여봐요 동물의 숲' 패키지를 구매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작품마다 1000만장 이상 판매되며 마리오, 포켓몬 등과 함께 닌텐도 주력 IP로 꼽히는 동물의 숲 시리즈의 최신작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이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사진=닌텐도 제공]
 

시장조사기관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동물의 숲은 일본에서 발매 1주일 만에 250만장(패키지+다운로드) 이상 판매되었다. 미국과 유럽을 합치면 발매 1주일 만에 못해도 500만장 이상 팔린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7일 이마트(일렉트로마트)에 공급된 1차 물량 1만2000개가 순식간에 동나고 2차 물량 공급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IP인 마리오나 GTA 시리즈와 같이 3000만장 이상 판매되는 '역대급'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3달 내로 10만장 이상 판매되며 포켓몬 시리즈와 같이 장기 흥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동물의 숲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꼽힌다. 게임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사회 활동이 위축됨에 따라 대표적인 '힐링 게임'인 동물의 숲으로 우울감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동물의 숲은 게임의 목적도, 엔딩도 없다. 게임을 실행하고 나만의 무인도에서 휴식 시간을 보내면 된다. 어려운 퀘스트도, 누군가를 공격할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섬은 어느새 나만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여기에 친구들을 온라인으로 불러 함께 시간을 보내면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됨에 따라 해외에선 동물의 숲으로 친구를 불러 생일파티를 여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굳이 게임 목적을 찾자면, 처음 무인도 이주 패키지를 진행하며 너굴 사장이 강제로 떠넘긴 빚을 갚는 게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너굴 사장이 빌려준 돈은 만기일이 도래하지도 않고 이자가 붙지도 않는다. 텐트 생활을 청산하고 집을 짓고 싶어 하면 얼마든지 추가로 대출을 해준다. '사채 업자'라는 악명을 듣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동물'이다. 사실 물고기를 열심히 잡거나 잡초만 열심히 뽑아다 팔아도 빚은 금방 청산할 수 있다.

그다음은 게이머의 자유다. 열심히 재료를 모아 빨리 섬을 발전시켜 주민들을 하나둘씩 모아도 되고, 그냥 바다 옆에서 낚시를 하거나 캠프파이어 앞에 앉아서 시간만 보내도 된다. 현실에서 어려운 일이 게임 내에서는 2~3일이면 뚝딱 해결된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섬은 더 빠르게 발전하고 그만큼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사진=닌텐도 제공]
 

현실의 시간과 계절에 맞춰 섬의 시간과 계절도 변한다. 봄에는 꽃놀이를 즐기고, 여름에는 장맛비를 피하고, 가을에는 노랗게 변한 들판에서 곤충을 잡고,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이러한 나만의 공간에 친구를 초대하고, 자신이 꾸민 섬과 마을을 공유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은 이러한 힐링 게임에서도 '빨리빨리'와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무트코인(무 시세 변동)'이나 '잭슨 뽑기(제일 귀여운 주민 선별)'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무인도에서 수많은 '벨(게임 내 화폐 단위)'이 무슨 소용이며, 주민이 '잭슨'이면 어떻고 '아이다'면 또 어떻단 말인가? 누구도 쫓아오지 않는다. 사회의 모든 압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힐링을 즐기는 것이 이 게임의 참된 목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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