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 대신해드려요" 코로나19로 바뀐 中 청명절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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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04-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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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시 매년 청명절 연휴 400만 성묘객 몰려

  •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대리 성묘, 온라인 성묘 등장

지난 1일 아침 8시 중국 국립묘지인 베이징시 팔보산혁명공묘 내 한 묘지 앞에 선 두 사람이 정성스레 묘비를 닦고, 꽃과 과일을 바친다. 이들은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들이 있는 것입니다”라는 추모문구를 읊은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묵념했다. 성묘를 마친 이들은 갑자기 깔끔히 정리를 마친 묘지 곳곳을 카메라로 촬영해 어딘가로 전송한다. 고인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것이란다.

중국 베이징 유력 일간지 신경보가 보도한 ‘성묘 대행 서비스’의 풍경이다.

중국에서는 청명절 연휴 친인척들이 모여 조상의 묘를 찾는 풍습이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만 매년 400만명의 성묘객이 청명절 성묘에 나선다. 

올해 청명절 연휴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이다. 하지만 예년처럼 단체 성묘객 모습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한 베이징 당국이 지난달 19일 청명절 전후로 이뤄지는 단체 성묘를 금지하면서다. 대신 지정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성묘나, 대리 성묘, 사전 예약신청을 통한 소수의 직접 성묘 등의 조치를 내놨다. 기존 청명절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이유다.

신경보에 따르면 팔보산혁명공묘의 대리 성묘 예약건수는 332건이다. 2인 1조로 구성된 성묘요원들이 예약 접수된 묘지를 찾아 묘소를 정리하고 추모식을 치른다. 납골당에서는 먼지가 쌓인 꽃을 떼어 닦은 뒤 다시 위패 앞에 붙인 뒤 세번 허리를 굽혀 인사 후 묵념한다.

이 모든 과정은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돼 성묘 대행 서비스 신청자들에게 보내진다. 다이레이 팔보산혁명공묘 대변인은 “사실 대리 성묘는 부득이하게 방문을 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몇 년 전 마련된 서비스였지만, 신청자는 소수에 불과했다”며 “올해는 예약 신청을 시작한 날부터 하루 평균 16건씩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팔보산혁명공묘는 올해 온라인 성묘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전문요원들이 진행하는 제사와 성묘를 원격 화상 형식으로 진행해 고인의 가족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다이 대변인은 “신기술을 동원해 최대한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성묘객을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베이징시 당국이 권고한 ‘성묘 예약제’에 따라 팔보산혁명공묘는 하루 최대 예약 건수를 2100건으로 제한했다. 방문가능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며, 방문객은 시간대별로 9개 조로 나눠져 묘지당 3명 이하만 성묘가 가능하다.
 

팔보산혁명공묘 [사진=신경보 캡처]
 

현장 방역도 철저하다. 예약 날짜에 맞춰 공동묘지를 방문한 이들은 체온측정 과정을 거쳐 공동묘지 안에 입장할 수 있다. 입장 후에도 신분증, 차량 번호 등을 통해 예약정보 확인까지 마쳐야 비로소 성묘를 할 수 있다.

다이 대변인은 “공동묘지 곳곳은 2시간에 한번씩 소독을 실시할 예정이며, 꽃 판매점, 일회용 자판기 운영도 모두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하이뎬구 원취안 공원묘지는 아예 무료 대리 성묘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묘비를 닦고 국화꽃을 헌화하고 추모문 작성 등 서비스를 모두 요금 지불 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청명절 기간 공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망 1주기를 맞이하거나, 특별한 성묘의 이유가 있는 소수 인원은 방문을 허용한다. 이들은 공원 내에서 모두 별도로 마련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며 차량 1대당 탑승 인원은 6명으로 제한된다.

한편 최근 역외 유입 환자가 늘고 있는 베이징시 당국은 1일 청명절 성묘 방역 대책을 한 단계 더 강화했다.

베이징시는 이날 코로나19 방역 업무 기자회견에서 "성묘를 위해 베이징을 벗어난 성묘객은 베이징 복귀 후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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