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휴게실 컴퓨터부터 최성해 증언까지… 연기 안 나는 '스모킹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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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3-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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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내놓았던 증거들이 힘을 잃고 있다.  

'위조의 단계별 증거'가 들어 있다고 자신했던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는 위법수집 증거 논란에 빠지면서 통째로 쓸 수 없는 위기에 몰렸고, 주요 증인이었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법정에서 오락가락하는 증언으로 신빙성을 잃었다.  

지난해 최 전 총장이 '총장인 내가 결재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것이 '표창장 위조 의혹'이었던 만큼 검찰의 기소가 밑바닥부터 흔들리는 상황이다.  

◆ 법정에 쏟아진 '총장 결재 없는 상장'

30일 정 교수의 재판에 나온 최 전 총장은 재판정에서도 "내가 보고받지 않는 표창장"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 사용된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것.

'최우수 봉사상'이라고 기재된 점과 표창장의 일련번호가 통상의 것과 다르다는 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된 것도 위조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반나절 만에 뒤집혔다. 최 총장이 보고받지 않았고, 주민번호 등이 기재되는 등 조 전 장관의 딸이 받았다는 것과 동일한 형식의 표창장이 법정에 제시됐기 때문이다. 

반박증거가 제시되자 최 전 총장은 처음엔 '기억이 안난다'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이내 "부총장이 전결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나중에는 "사실 위임은 내 대신 대행하는 것인데, 표창장 나가는 결재 파일 먼저 결재 받고 그 결재가 생략된 위임 같다"고 오전의 증언을 뒤집고 말았다. 

최 전 총장의 증언은 이날 재판 내내 오락가락했다. 나중에는 '모르겠다'라는 말만 연발하기도 했다. 

재판 말미에 재판부가 "최우수 봉사상 이렇게 돼 있다면 이게 총장상인가 그냥 상장인가"라고 묻자 최 전 총장은 "상장이죠"라고 말했다가 이내 "총장상"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재판부가 "봉사상은 외부 사람이 와서 수료하고 간단한 봉사만 해도 교부가 된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 상장은 총장상인가 아니면 여러명에게 교부될 수 있는 상장인가"라고 되묻자 "저는 그런 뜻으로 구분하는게 아니고, '동양대 최성해 총장'이 없으면 일반 상장이 되고···"라고 우물쭈물 말끝을 흐렸다.

재판부가 재차 "모든 것에 '동양대 최성해가 들어간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추궁하자 "이름이 들어가면 당연히 우리가 학교에서 발행하는 건데··· 이것도 사실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30일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표창장들. 총장직인이 찍히기 전의 것으로 조 전 장관의 딸이 받은 것과 동일한 양식이다.[사진=법정에 제출된 '총장 결재 없는 표창장']


◆ 사라진 두 개의 스모킹건... '시나리오' 발언하면서 논란도

최 총장이 법정에서 기존 주장을 뒤집거나 우물쭈물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검찰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사실상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는 증거의 대부분을 상실한 상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장 '위조된 표창장의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사본만으로 공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표창장이 위조됐다'라는 최 전 총장의 증언이 검찰에게는 꼭 필요했다. 최 전 총장이 법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위조의 존재' 자체부터 흔들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위조의 단계별 상황' 등 핵심적인 증거가 들어 있다고 주장한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는 증거능력을 상실할 위기다. 영장 없이 압수를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데다 임의제출 동의서 역시 엉뚱한 사람한테서 받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은 이 컴퓨터에서 확인한 '증거'가 무엇인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으로 보자면 '위조의 증거'라고 세상에 공개된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증거에 무엇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검찰이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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