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短] 조주빈에 농락 당한 우리…재발 방지는 ‘본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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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3-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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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랄한 미성년 성착취범 '텔레그램 n번방 박사' 조주빈은 얼굴이 공개되는 자리에서 국민과 언론을 우롱했다. 거칠지만 ‘갖고 놀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는 26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며 본인이 미리 준비한 말을 했다.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딱 이 두 문장, 조주빈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말만 하고 쏟아지는 질문은 외면, 묵살했다. 

그의 일방적 멘트를 들은 많은 이들이 “왜 거기서 손석희가 나와”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시간 검색어는 그가 언급한 실명으로 도배됐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주빈에게 당한 거다. 글로 표현하면 모니터와 지면이 더러워지는 성범죄를 저지른 조주빈은 자신의 범행 중 성착취와는 전혀 상관없고 엉뚱한 사건 당사자들, 특히 유명 인사의 실명을 줄줄이 언급하며 대한민국 전 국민과 언론을 농락했다.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범행을 감추고, 관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그는 자신이 말한 단어들이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점령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게다.

‘왝 더 독’(Wag the dog·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주객전도(主客顚倒·주인과 손님이 뒤바뀜), 본말(本末)전도(처음과 나중이 거꾸로 됨)다. 요즘 유행어처럼 본캐(본 캐릭터)를 버리고 부캐(부 캐릭터)를 키운 거다.

수백만 명을 죽인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파울 괴벨스는 “선전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조의 한두 문장에 낚이기 보다 '미성년자 집단성착취 사건'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길 바란다.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조주빈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본질 흐리기식 선전선동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주빈과 그 공범들은 미성년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보고 퍼나른 자들이다. 미성년자 집단성착취 사건 피의자들, 그 '본캐'를 끝까지 붙잡아야 한다. 그래야 재발 방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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