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 변해야 산다③] 동맹에서 적으로…프리드‧보람상조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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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3-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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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열과 검찰 조사…2010년, 상조업계 격변기

  • 한국상조공제조합서 동행…프리드 탈퇴 이후 양분

  • 2020년, 2차 격변기…“통합의 리더십 필요”

상조업계는 현재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업체는 지난해 9월 기준 각각 9121억원, 8769억원(보람그룹 4개사 합산)의 선수금을 기록하고 있다. 두 업체의 선수금은 전체 상조업체 선수금의 32%에 달한다. 최근에는 보람상조가 선수금 규모만 3000억대인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하면서 그 비중은 더욱 커졌다.

두 업체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업계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서도 둘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추진하기 어렵다. 다른 상조업체를 모아 공통의견을 도출하더라도 프리드라이프나 보람상조가 반대하면 업계 전체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갈등을 빚고 있는 통합 협회 설립이 대표적이다. 프리드라이프는 한국상조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협회 인가를 추진 중이고, 보람상조는 이와 별도로 대한상조산업협회를 출범시켰다.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는 초대 협회장 선임에 이견을 보이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물밑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였으나, 현재까지 별다른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두 협회는 모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업자단체 인가를 받지 못했다. 협회가 둘로 나뉘면 인가를 해줘도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10여 년 만에 다시 추진된 통합 협회 설립 노력이 두 업체 의견차로 무산된 셈이다.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왼쪽)과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사진=각 사)]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도 동맹 관계였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한국상조공제조합이 설립될 때다.

2010년은 상조업계의 격변기였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함께 ‘공제 보증제도’가 도입됐고, 각 업체는 공제조합 설립을 준비했다. 당시만 해도 업계 최대 규모의 선수금을 자랑하던 부산상조(현 늘곁애라이프온)와 대구상조(현 디에스라이프)의 영향력이 컸다. 이들은 한국상조연합회를 중심으로 전체 상조업체를 아우르는 협회를 만들고자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헌준 당시 현대종합상조(현 프리드라이프, 2013년 상호 변경) 대표가 이끄는 전국상조협회가 있었다. 전국상조협회는 부산 지역 중소형 업체가 모여 결성된 단체였지만, 수도권‧충청권 회원사를 모아 한국상조연합회와 함께 양대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공정위의 사업자단체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두 협회가 합쳐야 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상조 서비스는 1980년 초반 영남권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일본의 상조업을 국내 사정에 맞게 변형한 상조업체들은 차츰 수도권으로 영업을 확장했고, 2004년 이후에는 전국 각지에 진출했다. 상조회사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부실한 중소형 업체의 폐업이 잦았고, 소비자 피해 사례 또한 끊이지 않았다.

당시는 상조업체를 관리하는 담당 부처가 없었고, 전국 상조업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사정기관인 경찰이 칼을 빼 들었다. 검찰은 먼저 상위권 상조업체를 정조준했다. 2010년 초 검찰은 보람상조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고, 같은 해 현대종합상조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이는 업계 전체에 큰 압박이 됐다. 이에 상조업체들은 업계를 대변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회의 필요성을 다시 느꼈다.

한국상조연합회와 전국상조협회는 호기롭게 통합을 재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협상 과정에서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가 빠졌기 때문이다. 통합 실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제시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 등이 보증공제조합 설립을 우선순위로 삼았던 것을 결정적 요인으로 본다. 부산상조 등 한국상조업협회 회원사들은 협회를 중심으로 합치는 것을 원했지만,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는 보증공제조합 설립이 먼저였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 등은 2010년 한국상조공제조합에 동참했고, 뒤이어 부산상조 등을 중심으로 한 상조보증공제조합이 설립됐다. 지난해 7월 4일, 한국상조산업협회와 대한상조산업협회가 동시에 협회 설립 창립총회를 개최한 것처럼, 공제조합도 같은 해에 두 세력이 별도 조직을 구성했다.

현대종합상조와 보람상조의 동행은 6년을 채 가지 못했다. 사실 두 회사는 공제조합 결성 초기부터 선수금 예치방식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현대종합상조는 금융기관 예탁거래를 통한 선수금 예치를 선호했고, 보람상조는 공제계약을 원했다. 이 차이는 2015년 현대종합상조의 공제조합을 탈퇴로 이어졌다. 이후 두 업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2020년 통합 협회 설립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를 위해 통합 협회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프리드나 보람이 갈라져 있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사실상 이번 통합도 실패라고 봐야 한다”며 “두 회사가 업계 맏형으로서 이끌고 가는 모습을 보이고, 다른 업체들이 상위권 업체와 동행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업계 모두에게 아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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