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코로나19와 예배…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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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3-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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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천주교·개신교 공동번역 성서 기준으로 위 ‘예수님 말씀’은 두 곳에서 나온다. 마태복음 22장 39절, 마르코복음12장 31절이다. 영어 성서에는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로 나오는데, 직역하면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다.

공동번역성서는 우리 종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독교 신교(개신교)와 구교(천주교)의 합작품이다. 1970년대 양측이 손잡고 벌인 교회 일치 운동의 결과물이다. 1977년 부활절 나온 이래 천주교에서는 줄곧 이 공동번역본을 유일한 성서로 쓴다. 하지만 개신교계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 코로나19와의 전쟁 와중에 신교와 구교의 움직임이 공동번역성서 사용처럼 사뭇 엇갈리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성당 미사를 전면 중단했던 천주교와 달리 교단, 교회 별로 '오프라인 예배' 여부를 결정한 개신교 교회에서 일이 터졌다.

12일 부천시 한 교회 목사와 신도 등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주일 예배 중 이 지역 20번째 확진자인 A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직원으로,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 일요일인 8일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며 6명과 접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울 동대문구의 한 교회에서는 지난 4일 전도사인 35세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신도 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2월 20일부터 3일간 열린 이 교회 동계 수련회를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방역 당국은 이 중 1명이 근처 PC방에도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PC방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3명의 확진 환자가 더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독교 이단(異端)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제외하고 예배, 집회로 인한 개신교 교회 내 집단 감염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평소와 다른 지난 8일, 일요일. 왼쪽부터 명동성당, 여의도순복음교회, 조계사. 대한불교 조계종도 지난달 23일부터 전국 사찰의 법회를 잠정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한국천주교 주교회는 서울대교구를 포함해 전국 16개 교구 미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천주교회 23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명동성당은 한국전쟁 당시에도 미사를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 성당이 당초 2주일 동안 중단한다고 했지만 최근 다시 “무기한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개신교 대형 교회 역시 대부분 예배를 중단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이어 온누리, 소망, 금란, 오륜, 영락, 충현 등 대형교회가 가정에서 하는 '영상예배'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 집회과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성경 말씀’ 때문이다. 안식일(주일)을 지키라는 구약성경을 맹신하기 때문이다.

헌법 제20조 ①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에 대해 구구절절 얘기하기 보다, 다른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 보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구절을 새긴다.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내 몸처럼 우리 이웃을 아끼고 보살피고 사랑해야 할 시기다. 

제발 당분간 예배는 온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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