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논란] ② 음원 순위 조작, 회수 가능한 정산 방식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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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02-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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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행 정산 방식, 차트 상위권일수록 저작권료 더 많이 가져

  • "차트가 음원 생태계 주도" 비판도

음원 시장에서 사재기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정산방식 때문이다. 사재기로 순위를 끌어올리면 들인 비용 이상으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음원 플랫폼이 채택하고 있는 정산 방식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 사용료 징수 규정’을 기반으로 한 비례 배분 방식이다. 먼저 이용자들이 지출한 금액 전체를 이용자들의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단가를 산정한다. 이 곡당 단가에 특정 음원의 재생수를 곱해 저작권자들에게 배분한다.

문제는 이 곡당 단가다. 전체 매출액을 총 재생수로 나눠 곡당 단가를 책정하면 창작자 입자에선 자신의 음원이 얼마나 재생됐느냐와 무관하게 플랫폼 전체 재생수에 비례해 일괄적으로 곡당 단가가 결정된다. 이는 이용자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자신이 주로 청취한 가수가 아닌, 차트 상위권에 자리를 잡은 가수들에게 저작권료가 더 많이 돌아간다.

또한 사재기를 하면 총 재생수가 증가해 그만큼 곡당 단가는 내려간다. 음원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사재기 이슈는 차트 위주의 음원 서비스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데 이는 현재 사업자들이 도입하고 있는 저작권료 정산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 곡당 단가가 낮아지게 되면 자연스레 신규 뮤지션들의 진입 역시 감소로 이어져 생태계 활성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차트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인 멜론과 지니뮤직은 각각 멜론차트와 지니차트를 운영한다. 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노래는 100곡에서 최대 200곡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음원이 차트 상위권에 안착되면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가수로서 설 수 있는 각종 무대와 행사, 방송 기회가 늘어난다. 차트 상위권 진입은 곧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에, 특히 신인가수, 무명가수일수록 사재기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수 윤종신은 2018년 자신의 SNS에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라며 "실시간 차트, TOP 100 전체 재생 이 두 가지는 확실히 문제라고 본다. 많은 사람이 확고한 취향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돕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썼다.

이에 SK텔레콤 '플로', 네이버의 '바이브'와 같이 차트를 천편일률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 음원을 추천하는 음원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음원을 유통하는 플랫폼 입장에선 정산 방식을 바꾸든, 차트의 운영 여부를 바꾸건 경영상 큰 문제가 없어 스스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방식의 문제를 바꾼다고 해서 음원 플랫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렵다”고 말했다. 

 

21일 기준 멜론차트. 멜론차트는 1위부터 100위까지 제공된다. [사진=멜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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