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미학] 고소한 전병·쫄깃한 국수…강원 전통시장 '味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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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입력 2020-02-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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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아리랑시장·영월서부시장 대표메뉴 맛보고 인근 여행까지

전통시장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먹거리다. 시장에서 파는 음식을 한 입 베어 물면 만든 이가 살아온 인생을 맛보는 것만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미감(味感)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달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강원지역 대표 전통시장 두 곳 '정선아리랑시장'과 '영월서부시장'으로 가자. 

토양이 척박해 논농사가 쉽지 않았던 강원도. 그나마 메밀·옥수수·감자 등 꿋꿋하게 자라는 구황작물로 만든 '메밀전병'과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등으로 배고픔을 달랬다. 이제는 온국민 입맛을 돋우는 별미가 된 이들 음식을 맛보며 그 속에 스며든 삶을 엿보자. 
 

가게마다 다른 소를 맛볼 수 있는 정선아리랑시장 수수부꾸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콧등치기·올챙이국수…먹는 재미 가득한 정선아리랑시장

정선아리랑시장은 지난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가 개통하며 오늘날 명성을 얻었다. 2015년부터 정선아리랑열차(A-train)가 그 바통을 잇고 있다. 끝자리 2일과 7일에 열리는 오일장은 변함없이 북적거리고, 상설시장은 여행 목적지로서 부족함 없다. 

정선아리랑시장 동문과 서문 어느 쪽으로 들어가든 먹자골목이 손을 흔든다. '메밀 이야기'부터 '곤드레 이야기', '콧등치기 이야기'까지 다양한 공간이 펼쳐진다. 골목을 나눴지만 콧등치기와 곤드레밥, 올챙이국수 등을 한집에서 판다. 전은 메밀부침·전병·수수부꾸미·녹두전 등 모둠전 형태로 판매한다. 시장 음식 진가를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콧등치기는 장국에 말아 먹는 메밀국수다. 막국수와 달리 면이 굵고 투박하다. 후루룩 빨아들이면 면이 콧등을 칠 만하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 녹말을 묽게 반죽해서 구멍 뚫린 바가지에 내린다. 찰기가 적으니 툭툭 끊어져 올챙이묵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콧등치기나 올챙이국수는 술술 넘어간다. 급하게 허기를 채우고 서둘러 일터로 돌아가던 아우라지 떼몰이꾼과 민둥산 화전민 뒷모습이, 오늘을 살아낸 고단함이 보이는 듯하다. 

새로운 공간도 생겼다. 정선아리랑시장 골목 안쪽에는 '청아랑몰'이 있다. 청춘과 아리랑을 합친 이름이다. 3층 컨테이너 건물은 1층 푸드 코트와 2층 액세서리 숍과 공방, 3층 펍으로 구성됐다. 김밥이나 떡볶이 같은 분식에서 마카롱·과실주·수제 맥주까지 작지만 알차다.

정선 자연이 보고 싶다면 아리힐스-스카이워크가 좋다. 뱅뱅이재라고도 불리는 해발 583m 병방치 전망대에 길이 11m 'U자형 스카이워크를 설치했다. 강화유리 바닥 아래는 아찔한 절벽이 펼쳐져 있다. 눈앞에 한반도 지형과 어우러진 동강이 압도한다. 눈 내린 다음 날이 아름답지만, 도로 상태에 따라 출입을 통제하기도 하니 참고하자.
 

영월서부시장에서 파는 메밀전병[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은은한 맛 메밀전병‧매콤달콤 닭강정...영월서부시장

정선아리랑시장이 강원도 시장음식여행 대표 주자라면, 영월서부시장은 떠오르는 강자다. 한동안 박물관 여행지로 영화 '라디오 스타' 촬영지로 불렸던 영월이나 최근엔 영월서부시장이 대세로 부상하며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영월서부시장은 영월서부아침시장과 서부공설시장, 영월종합상가가 합쳐 한 시장을 이룬다. 1959년에 정식 허가를 받았으니 벌써 60년이 넘었다. 영월 사람에게 여전히 동네 시장이지만, 여행자에게는 '메밀전병 성지'다.

메밀전병 맛집은 영월서부아침시장 자리에 모여 있다. 농부들이 아침에 농산물을 팔고 돌아가서 아침시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 자리에 메밀전병 맛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입구부터 메밀전병 부치는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돈다. 

조금씩 다른 음식을 낸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메밀전병과 메밀부침개 맛집이다. 철판에 기름을 쓱 두르고 묽은 반죽을 얇게 부친 다음 볶은 김치와 당면 등으로 만든 소를 얹어 둘둘 만다. 심심한 맛인데 한 점씩 먹다 보면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메밀전병과 더불어 이곳 시장 먹부림 양대 산맥 중 하나는 닭강정이다. 메밀전병이 추억을 더해 은은한 맛을 빚는다면, 닭강정은 강렬하다. 

매콤하고 달콤한 자극으로 매혹한다. 영월서부시장 닭강정은 땅콩 가루를 넉넉히 묻혀 고소한 맛이 더하다. 시장 안에 유명한 집들이 있는데,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조금씩 다르다.

반대편 출구 영월종합상가 쪽 숨은 볼거리인 영화 라디오 스타 주인공인 배우 안성기·박중훈 벽화나 동강사진박물관에도 꼭 들러보자.

사진박물관은 2005년에 문을 열었다. 2001년 사진 마을을 선포하며 시작된 영월 역사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가 작품이나 동강국제사진제 수상작 등을 전시한다. 

요즘 영월에서 주목받는 예술 공간 젊은달와이파크도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 잡았다. 최옥영 작가가 술샘박물관을 개조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민 이곳은 '영(young, 젊은)'과 '월(月, 달)'에서 이름을 따왔다. 

젊은달와이파크는 공간 전체가 포토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을 비롯해 젊은 층이 공감할 만한 감각적인 요소가 많다.
 

2012년 '한국관광의별'에 선정된 정선아리랑시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정선아리랑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듬전. 다양한 전을 맛볼 수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면발이 콧등을 치게 먹어야 제맛인 콧등치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동강사진박물관 전시실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발걸음 사로잡는 정선아리랑시장 녹두전과 수수부꾸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서부시장에서 메밀전병골목으로 이어지는 통로.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영월서부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닭강정.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옥수수를 재료로 만든 올챙이국수. 모양이 올챙이같다고 해서 이렇게 불린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젊은달와이파크 붉은대나무[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투명 바닥으로 이뤄진 아리힐스-스카이워크.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메밀부침개 부치는 정선아리랑시장 상인.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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