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칼럼] 방역은 '시간'이 목숨이다 . .더 위험해지길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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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아주경제 논설고문.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입력 2020-02-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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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고문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衛健委)는 2월 9일 밤 12시 현재 ‘관상병독폐렴(冠狀病毒肺炎·코로나바이러스 폐렴)’ 확진 환자 수가 중국 전 지역에서 3만5982명이라고 공시했다. 중증환자는 6484명, 사망자 누계는 908명이라고 아울러 공시했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는 위건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집계를 통해 전국 23개 성(省)과 5개 자치구, 4개 특별시 등 32개 지역의 확진 환자 수를 지역별로 정리, 후베이(湖北) 2만9631명, 광둥(廣東) 1151명, 저장(浙江) 1092명, 허난(河南)성 1073명이라고 온라인에 올려놓았다. 다른 성들은 모두 1000명 미만의 확진 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 숫자는 전 지역 908명 가운데 후베이성이 871명, 그 가운데 성도(省都) 우한(武漢)시에서 68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후베이성과 중심도시 우한에서 가장 많은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 당국도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건위 소속의 중국 전염병 감염학회 최고 권위자 리란쥐안(李蘭娟) 공정원 원사는 관영 중앙TV에 나와 “최초의 환자가 우한시에서 발생했고, 감염이 확산되는 동안 우한시의 의료자원이 충분히 대처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공산당과, 국무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조장으로 하는 방역공작 영도소조를 구성해서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수도 베이징(北京)의 의료진을 ‘전선(前線)’으로 급파하는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일 저장성 웨칭(樂淸)시를 시작으로 중국 전역의 교통 ‘혈맥(血脈)’에 해당하는 도시들은 이미 도시 교통망 폐쇄를 선포하는 ‘봉성(封城)’조치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중국의 많은 도시들이 도시 교통망 폐쇄를 잇달아 선포하는 이유는 중국이 1980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시작된 40년간의 빠른 경제발전 과정에서 중국 대륙 전역을 남북과 동서로 바둑판처럼 연결하는 ‘5종7횡(五縱七橫)’, ‘8종8횡(八縱八橫)’의 고속도로와 고속철로망으로 연결하는 건설 공정을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중점사업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가속화하기 시작한 시속 350~250㎞의 고속철도망은 동서남북에 위치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충칭(重慶)과 인구 1억1000만이 넘는 광둥(廣東)성 중심도시 광저우(廣州) 등 4개 특별시와 그 중심부에 있는 우한(武漢)시 5개 중심도시를 거점도시로 해서 건설해왔다. 중국 대륙 한복판 우한에서 고속열차를 탈 경우 모두 1000㎞ 안팎에 위치한 4개 특별시까지는 모두 4~6시간이면 가 닿는 초연결 교통망 사회로 변한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중국인들 사이에는 “1000㎞ 넘는 곳은 비행기로, 1000㎞ 이내는 고속철로 반나절 이내에 이동한다”는 상식이 보편화되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 위건위 당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으로 부르는 2019-nCoV(WHO 명명)는 중국의 이런 교통혁명을 배경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정부는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총리 주재로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었으나,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좀 더 상황이 급변하기 전까진 현재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만 입국금지)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경기 시흥시 거주 73세 한국인 여성이 25번 확진자로 밝혀졌고, 이 여성의 아들(51)과 며느리(37) 부부가 최근 3개월간 후베이성이 아닌 광둥성을 다녀온 사실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정세균 총리는 회의를 앞두고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중국 입국 대상지역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회의 후 자신의 말을 거둬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9일 진천과 아산을 방문해 우한교민 임시생활시설의 운영과 방역 대책상황을 듣고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신종 감염병에 긴장하고 주의하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만 말해 입국금지 중국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지난달 26일 건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전기 ‘운명’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책으로 고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들었다. 1974년 리영희 교수가 초판을 쓴 ‘전환시대의 논리’에는 “파리, 쥐, 모기는 물론 모든 전염병이 1970년대에 이미 대륙에서 사라졌다”는 부분이 나온다. “1957년 중국을 여행한 영국 의사들이 중국 의료 위생 사업의 어떤 분야는 영국보다 앞서 있다고 했다”는 부분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방역대책이 혹시라도 그런 잘못된 리영희류의 중국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면 이제라도 현대중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중국이 마오쩌둥(毛澤東)이 추구하던 ‘사회주의 중국’이 아니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이 지난 40년간 변화시켜 놓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국인데도 의료 수준이 미달인 현실을 인식하고, 덩샤오핑의 ‘실사구시(實事求是·현실 파악이 우선)’의 자세로 대중(對中) 방역정책을 입국 금지지역 확대로 하루 빨리 전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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