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의 전쟁' 함께 헤쳐 온 한국과 중국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예지 기자
입력 2020-02-10 16: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사스·메르스 사태 때 한·중 양국 서로 상부상조

#2015년 5월 말 한국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크게 유행하기 직전 중국의 한 언론사로부터 중국 취재 초청을 받았다. 6월 초까지만 해도 비자 등 문제로 연락을 수시로 주고받았는데,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하면서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겼다. 출장이 취소될 수도 있겠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그로부터 약 열흘 후에 온 답장엔 '답이 늦어서 미안해요. 메르스 사태를 고려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여러분을 여전히 환영합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길 바라요'라고 적혀 있었다.

한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다. 지인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N95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선물로 받았고, 중국인들은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진심으로 걱정했다고 했다. 세심한 배려 덕분에 지인은 무사히 중국 출장을 마쳤다고 했다.

사실 그때 중국 내에서도 메르스로 인해 반한 여론이 상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메르스 환자가  홍콩을 경유해 광둥성으로 입국하면서 한국 정부의 허술한 방역을 놓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광둥성 현지 보건당국은 병원비를 모두 부담하고 한국 메르스 환자를 완치시켜 귀국하도록 적극 도왔다.   

특히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나서지 못할 때 중국 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우리나라 국회의장 격)은 메르스라는 위험을 뚫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계획대로 한국을 방문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한국 입국 금지령을 내리지 않는 한 계획대로 한국에 가겠다는 게 저의 확고한 생각이었다"며 "한국 국민이 함께 노력해 반드시 메르스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며 한국에 힘을 북돋워 줬다.

장 위원장의 방한과 관련해 중국 현지 언론은 당시 "중·한 관계가 23년 전 수교 이래 최상"이라면서 한·중 양국관계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양국이 우호적이고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추진하길 기대한다고도 강조했다.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양국 모두 경제적 손실은 컸지만 한·중간 우호가 더욱 돈독해진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장 위원장의 방문은 그보다 앞서 12년 전인 2003년 중국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중을 떠올리게 했다.

그해 7월 노 전 대통령은 사스 발생 후 외국 국가원수로는 처음 중국을 찾았다. 당시 사스 전염을 우려한 전 세계 약 100개국이 중국인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취했을 때다. 노 전 대통령은 경호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각별한 환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한·중 관계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양국은 수 년간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는 중국 정부의 사스 퇴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20만 달러(약 2억3870만원) 상당의 의료 기자재를 지원하고, 10만 달러의 지원금을 전달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LG전자, 현대자동차, CJ(제일제당) 등 한국 대기업들도 사스 퇴치 대열에 잇따라 동참하기도 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으로, 중국인들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교류에서 진정성 있는 관계와 의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잘 잊지 않는 것이 중국이다. 사스 때 한국이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메르스 때도 한국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이번엔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나서서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근거 없는 중국인 혐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신종 코로나 이후에도 한·중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기는커녕 배척할 텐가. 과거 사스, 메르스 사태 때 한·중 양국간 교류·협력을 되돌이켜 볼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