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종 코로나가 바꿔놓은 세상] 텅빈 거리, 매출 급감…"시민 불안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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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유진희·조재형·백준무 기자
입력 2020-02-1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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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점 손님 평시 대비 절반가량 감소…상인들 한숨만

  • 확진자 거쳐 간 지역…방역 처리에도 불안감 고조

  • 공항은 여행객보다도 관계자들 더 많아 보일 정도로 한산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GS홈쇼핑 본사 내부에서 방역 직원이 사옥 방역에 나서는 모습. [사진=김충범 기자]
 

#1. "주변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갔더니 매출이 반토막 났어요."

#2. "GS홈쇼핑 반경 500m 내에 초등학교가 무려 2곳이나 있습니다. 확진자가 GS홈쇼핑 내부 직원이라고 들었는데 이 일대를 이미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겠어요. 겁이 나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요."

신종 코로나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난 7~9일 아주경제가 코로나 확진자가 머물렀던 주요 현장들을 찾았다. 방문 당시 현장은 주말이었음에도 불구, 매우 황량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일대 시민들은 주말을 맞이한 기쁨을 즐길 여유도 없이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해 연신 불안감과 불쾌감을 표시했다.

지난 6일 오후 3시 30분부터 7일까지 휴점에 들어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소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은 7일 오후 방문 당시 적막감이 감돌았다. 19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곳이기 때문이다.

매장 입구 및 길목은 전부 차단됐다. 길목마다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평소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빽빽했던 야외 주차장은 텅 비었다.

현대아울렛 관계자는 "지난 6일 보건당국, 사설 방역 업체와 함께 1차 방역을 마쳤고, 오늘(7일)도 추가 방역을 실시했다"며 "8일 오픈하고 수시로 방역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울렛 근처 식당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급감한 탓이다.

인근 고깃집 점장 강모씨(40·남)는 "매출이 송도점에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지기 전인 어제(6일) 오전까지만 해도 평균 수준은 유지했는데 확진자 소식 이후 크게 떨어졌다"며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서질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도점 인근 대형 마트도 한산했다.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서로 간 접촉을 꺼리는 듯 어떤 사람이 물건을 고르고 있으면 그 주변으로 가지 않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직원이 신종 코로나로 확진돼 큰 홍역을 치렀던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GS홈쇼핑 주변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GS홈쇼핑은 직원이 환자로 확인된 날 하루 뒤인 6일 오전에서야 이 사실을 알리면서 주변 시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인근 한 편의점장은 "제품 특성상 점포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편의점인데도 불구, 체감 상으로는 손님이 평시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것 같다"며 "손님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욱 긴 일반 식당은 상황이 더욱 안 좋다. 6일 영등포구청이 GS홈쇼핑을 중심으로 일대를 전체 방역했지만, 손님들이 일대를 오는 것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특히 GS홈쇼핑 소재지는 용도지역 상 준공업지역에 해당돼 주거시설, 상업시설, 업무시설이 모두 위치한다. 일대 상인들은 평일 GS홈쇼핑 직원들을 주 고객으로 받지만, 주말에는 주민들을 상대한다. 당연히 코로나에 대한 우려는 물론 GS홈쇼핑의 늦장 대응에 따른 주민들의 볼멘소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문래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48·여)는 "일대는 GS홈쇼핑뿐만 아니라 2곳의 초등학교와 다수의 어린이집까지 밀집해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폐쇄되고 상당수 어린이집들은 휴원에 들어가, 당장 아이를 맡길 곳 없는 워킹맘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GS홈쇼핑이 동네 주민에 대해 미처 생각을 못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도 주말답지 않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역시 신종 코로나 여파로 공항 이용객들이 급감한 탓이다. 눈대중으로 살펴봐도 여행객보다 공항 관계자들이 더 많은 듯 보였다.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한 항공사 탑승수속 카운터의 모습. [사진=백준무 기자]
 

공항 내 벤치는 거의 비어 있었다. 여행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이들 대여섯명은 공항 내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섰다.

공항 안내 직원과 항공사 관계자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 앉은 일부 직원들의 경우 초록색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이들도 많았다. 한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18개 카운터 중 4곳에만 직원을 두고 있었다.

출국장 입구 풍경도 평소와 달라졌다. 출국장 앞에는 본인 및 출입증을 확인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려달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마스크 반출 시 유의사항'이라는 안내문도 보였다. 7일 처음 설치됐다는 이 안내문에는 "300개 초과 반출 시 세관신고 후 출국 전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선을 중심으로 하는 김포공항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일 오후 찾은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는 사람이 몰리는 금요일이었지만, 공항 관계자들이 더 많은 듯 보였다. 평소였다면 주말을 앞두고 제주도 등 각지로 떠나는 사람으로 붐볐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와 탑승장 입구조차도 한산했다. 신종 코로나 관련 안내문과 평소보다 많이 비치된 손소독제가 그 원인을 가늠케 할 뿐이었다. 수속을 밟아주는 항공사의 카운터 직원들, 공항 관계자들 등도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항공사 카운터 관계자는 "의무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어 대부분 착용하고 근무를 하고 있다"며 "고객들과 직접 소통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만일에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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