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이번 타깃은 '소프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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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2-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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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사냥꾼' 엘리엇, 야금야금 소프트뱅크 지분 3% 확보

  • 자사주 매입·지배구조 개선·투자결정 투명성 제고 요구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일본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을 3%까지 늘리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입김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엘리엇은 삼성그룹과 현대차 등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엘리엇은 소프트뱅크 주식을 차곡차곡 사들이면서 지금까지 이 사회의 시가총액 가운데 약 3%에 해당하는 25억 달러(약 2조9600억원)어치 지분을 확보했다.

엘리엇은 이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을 만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 투자 결정에서의 투명성 제고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주가 부양을 위해 최대 200억 달러어치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이 소식에 반색하면서 7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6% 넘게 치솟아 5000엔을 뚫었다.

엘리엇은 이날 성명을 통해 "소프트뱅크의 리더십에 긴밀히 관여해 소프트뱅크의 내재 가치 대비 낮은 평가액을 해소할 수 있도록 건설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 일본 소프트뱅크 통신의 지분만 따져도 총 2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6일 기준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890억 달러에 그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프트뱅크의 저평가는 손 회장의 예측할 수 없는 고위험 베팅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이 중국 마윈과 불과 10분 미팅만에 2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손 회장이 투자한 우버가 기업공개(IPO) 뒤 몸값이 곤두박질치고 위워크의 경우 IPO 자체가 불발되는 등 손 회장의 투자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1월 38년 역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폴 싱어가 세운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하다. 운용기금만 380억 달러가 넘는다. 한국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고 현대차를 상대로도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면서 언론에 오르내렸다.

엘리엇은 과거에도 투자 기업의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경영 개선을 요구한 선례가 많기 때문에 이번에도 소프트뱅크에 적지 않은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엘리엇은 약 30억 달러어치 지분을 확보한 미국 통신사 AT&T 경영에 적극 개입해 자사주 매입, 배당금 증액, 자산 매각 등의 계획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 지분을 22%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엘리엇이 손 회장의 비전에서 벗어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내다봤다. 

소프트뱅크는 "회사에 대한 견해와 관련해 주주들과 건설적인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주가가 투자자들에 의해 심각하게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동의한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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