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 '허스토리'] ②[르포] "우리가 김복동이다"...한파·코로나에도 모여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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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2-0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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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일 낮 옛 일본대사관 앞 1425차 수요집회 열려

  • 100여명 모여든 시민..."우리가 김복동" 한목소리

  • "정부, 日 위로금 명목 지급한 10억엔 반환해야"

  • "중앙정부 차원의 위안부 역사 보존 노력도 필요"

"우리가 김복동이다."

체감 영하 16도의 추운 날씨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5일 정오 옛 일본대사관 앞. 한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사태에도 하나둘 모여든 100여명의 인파가 연신 "우리가 김복동이다"라고 크게 외쳤다.

이들은 이날로 제 1425차를 맞은 수요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옛 일본대사관 터를 찾은 시민들이었다.

지난 1992년 1월 8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첫 번째 수요집회가 시작된 지 28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425차 수요집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이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알면서도 쉬쉬한 일이었다. 피해 사실을 고백한 여성들에게는 '부끄럽지도 않느냐'는 질타와 손가락질이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30여년이 흐른 지금 위안부 피해는 할머니들에게 더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은 하나둘 늘어갔다.

이날 옛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시민들 또한 지난해 1월 28일 세상을 떠난 김복동 할머니의 1주기를 기리는 한편, 그의 여성인권운동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혜도 스님과 지몽 스님, 혜문 스님 등을 포함한 여러 종교인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민들이 함께했다.

유엄 스님은 "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은 없겠지만, 일본 정부에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 할머니들의 겨울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따뜻한 봄을 한 번도 맞지 못한 할머니들에게 꼭 한 번이라도 봄날이 올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 직원 9명과 자원봉사자 5명은 시위 참석자들에게 앉을 곳을 안내했다.

누군가가 일본대사관 앞에 놓인 소녀상에 모자와 목도리, 양말을 입혀놓은 모습이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모습. [사진=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추운 날씨에도 점차 더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방학을 맞아 수요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일본정부는 공식사죄·법적배상하라', '28년 할머니들의 용기로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범죄 사실 인정과 진실된 사죄를 요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를 향해 지난 2015년 체결 후 현 정부에서 사실상 파기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적극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위안부 피해 역사를 정부 차원에서 기록·보존·연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성희 정의연 인권연대 처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 당시 일본이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한 10억엔을 반환할 것을 정부에 계속 요구해왔다"며 "정부가 입장을 명확히 할 때 피해자들의 명예도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처장은 또한 "국가 차원에서 위안부 역사를 연구하고 조사할 만한 재단·연구소 등이 없다. 중앙정부 차원의 기록 보존·아카이빙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움직임에 그때그때 대응하기보다 체계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중장기적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19명에 불과하다.

시민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한·일 양국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노력과 움직임을 요구했다.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 데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시민들의 외침 속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부른 노래 '바위처럼'이 울려 퍼졌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425차 수요집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박경은 기자, kyungeun041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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