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韓.베트남 음력설, 3가지가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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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조선대 교수, 한국베트남학회 회장
입력 2020-01-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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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교수]



<베트남 ZOOM IN> 필자 안경환(安景煥) 조선대학교 교수 =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주경제는 최고의 베트남 전문가로 통하는 안경환 교수의 '베트남 ZOOM IN'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안 교수는 1955년 충북 충주시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으며, 베트남의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친선문화진흥공로 휘장·평화우호 휘장을, 호찌민시로부터 휘호, 응에안 성으로부터 호찌민 휘호를 받았고, 베트남문학회에서 외국인 최초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10월 12일에는 하노이 수복 60주년 기념으로 하노이시에서 '수도 하노이 명예시민'으로 추대된 유일한 한국인이다. 2017년 11월 20일에는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 개교 60주년 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동문 60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12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호훈장을 수훈했다. 2014년부터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베트남 사람들은 뗏(구정)을 어떻게 쇠나?

∎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인 유사성이 많다.
베트남에서는 음력설을 뗏이라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음력 정월 초하루 뗏(구정)이 다가오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고향을 찾아 가족과 함께 설을 쇠기 위해서이다. 베트남 민족은 ‘귀향성친(歸鄕省親)’의 민족이다. 뗏이 되면 반드시 고향에 가서 부모를 뵙는다. 베트남에서 뗏은 한 해의 가장 중요한 명절로 새로운 해의 시작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전통문화에 있어서 서로 유사성이 매우 많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중국문화의 영향을 오랫동안 받아왔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구정 세시풍습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자.

∎ 뗏이 되면 3가지 형태의 만남이 있다: 가족, 조상신, 부엌신과의 만남.
세시풍속이란 음력 정월부터 섣달까지 같은 주기에 반복하여 거행하고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의례적인 풍속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음력을 사용해 온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동일한 날에 명절을 맞이하게 된다. 농업 국가인 베트남에서 뗏은 풍년과 만복을 비는 새해의 첫 명절이다. 뗏을 응우옌단(元旦)이라고도 한다. 뗏이 되면 베트남 사람들은 근신하면서 경거망동을 삼간다. 뗏을 기점으로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데, 한 해의 운수는 첫날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뗏은 한자의 절(節)자에서 유래해 대나무의 마디처럼 계절과 기후가 서로 다른 시기를 구분하는 마디라는 의미이다. 뗏에는 대나무가 마디와 마디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3가지 형태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즉, 전국에 흩어져 살던 가족과의 만남, 돌아가신 조상들의 영혼과의 만남, 부엌신과 같은 생활 속의 각종 신과의 만남이다. 때문에 뗏 연휴기간 중에는 마음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공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새해 첫날이 그 해의 길흉화복을 결정하는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뗏은 봄의 시작이고,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뗏이 되면 한 해의 시작을 정결하게 하기 위하여 집안을 청소하고, 그릇을 닦고, 목욕재계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새해를 경건하게 맞이하는 것이다.

∎ 뗏 음식: 바인쯩이 없으면 뗏이 아니다

베트남의 뗏 음식으로는 바인쯩이 있다. ‘바인쯩이 없으면 뗏이 아니다.’라고 할 정도로 바인쯩은 뗏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베트남 전통에 따르면 부엌의 평화를 위하여 뗏 3일간은 화덕이나 화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뗏 연휴 3일간에 먹을 음식은 사전에 만들어 놓아야 한다. 3일간 냉장 시설이 없어도 보관에 적합한 음식이 바로 바인쯩과, 바인자이가 대표적인 뗏 음식이다. 바인쯩은 일종의 찹쌀떡으로 속에 강낭콩 고물과 돼지고기를 다져서 사각형으로 만들고 푸른 바나나 잎으로 싼다. 그리고 6시간 이상을 삶으면 맛있는 바인쯩이 된다. 바인쯩의 사각형은 음(-)인 지구를, 콩고물은 식물, 돼지고기는 동물을, 푸른 바나나 잎은 일 년 동안의 번성을 의미한다. 바인자이는 형태가 동그랗고 흰색이며, 양(+)인 하늘을 상징한다. 두 음식은 음과 양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베트남의 음양철학을 상징한다.

∎왕위를 물려받게 한 음식: 바인쯩의 전설
베트남 최초의 국가 반랑국의 훙(Hùng)왕은 20명의 아들이 있었다. 왕은 누구에게 왕위를 양위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왕자들을 모아 놓고 ‘너희 중 누구든지 이번 구정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맛있고 의미가 깊은 음식을 만들어오는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왕자들 가운데 랑리에우(Lang Liêu)가 있었다. 어느 날 그의 꿈에 한 신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다. “세상에서 쌀이 그 무엇보다 가장 귀중한 것이다. 하늘과 땅의 상징으로 쌀로 원형과 정사각형의 떡을 만들어라. 그리고 나뭇잎으로 싸서 그 안에 음식을 넣어라. 넣은 것은 우리를 태어나게 해주신 부모님을 의미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랑리에우는 신의 계시대로 사각형의 바인쯩(bánh chưng)과 찐빵과 같은 동그란 형태의 바인저이(bánh dày)를 만들었다. 바인쯩과 바인저이와 함께 모든 왕자들이 각자 만들어 온 음식이 임금에게 올라갔다. 임금은 왕자들이 가져온 음식을 시식했으나 날마다 진수성찬을 먹는 탓에 대부분의 음식에 별 다른 맛을 느끼지 못했으나, 랑리에우가 가져온 바인쯩을 먹고는 신기한 맛을 느꼈다. 왕은 랑리에우에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된 경위를 물었다. 새로운 음식은 맛뿐만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의미도 심오했기 때문에 랑리에우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 그때부터 베트남사람들은 구정에 바인쯩과 바인저이를 만들어 먹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의 대표적 구정 음식은 모두 식재료가 모두 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뗏 기간중 3일간 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바인쯩과 바인자이 같은 음식이 만들어졌다.

구정 세시풍습
뗏이 가까워오면 베트남에서는 집집마다 분주해진다. 제대상을 깨끗이 하고 뗏 기간 내내 제대상에 향불을 피우고 꽃, 촛불, 물, 종이로 만든 각종 선물을 진열하여 조상에 대하여 예의를 갖추고, 뗏 음식을 준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풍습은 아래와 같다.

∎ 부엌신에 제사를 시작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베트남의 뗏 맞이 준비는 음력 12월 23일에 옹따오 또는 옹꽁이라고 하는 부엌신에게 예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음력 12월 23일은 부엌신이 집 주인의 지난 1년 동안의 선행과 악행을 옥황상제에게 보고하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다. 때문에 악한 행위는 숨기고 선한 것만 보고해 달라는 의미에서 부엌신에게 제사를 올린다. 한국에서의 조왕신(부엌신)에게 제를 올리는 사조일과 같은 의미이다. 베트남의 부엌신은 2남신과 1여신으로 신이 모두 셋이다. 때문에 제사에는 황금색 종이로 만든 모자, 신발, 상의 3벌과 살아 있는 잉어 3마리를 진설한다. 잉어는 부엌신이 집주인의 지난 1년 동안의 삶을 보고하기 위하여 천상에 올라갈 때 사용하라고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야 옥황상제에게 좋게 잘 말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 베트남의 부엌신에 얽힌 전설: 2남신과 1여신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아주 가난한 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살 길을 찾아 집을 버리고 나가고, 홀로 남은 부인도 얼마 되지 않아 연명을 위해 음식을 구걸하러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부인은 천신만고 끝에도 가난을 해결하지 못하여 호구지책으로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거지가 된 옛 남편은 어느 해 음력 12월 23일 우연히 자신의 부인이 살고 있는 집에 구걸하러 들어가게 되었다. 옛 남편임을 알아차린 부인은 새 남편이 일하러 나간 사이에 막대한 양의 재물을 전 남편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를 눈치 챈 남편이 의심을 하자 부인은 아궁이 속으로 뛰어들어 타죽고 말았다. 이에 첫 번째 남편 역시 자기 때문에 전 부인이 죽었음을 알고 슬픔을 참다못해 부인을 따라 죽었다. 두 번째 남편도 부인이 없는 세상을 한탄하며 같이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부엌신에 제례를 올릴 때는 2남신과 1여신에 대하여 제례를 올린다. 그래서 3신을 위한 제사상에는 황금종이로 만든 모자, 옷(상의), 신발 등을 3벌 씩 진열해 놓는 것이다.

∎ 폭죽을 터뜨리는 것은 귀신을 쫒는 주술적인 행위이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친지들이 모인다. 그믐날이 되면 온 집안에 불을 밝히고 폭죽을 터뜨린다. 폭죽은 뗏을 즐기기 위한 의미보다는 마귀를 쫓는 의미이다. 전국적으로 일제히 폭죽을 터뜨리기 때문에 폭죽소리는 천지를 진동할 정도이다. 요란한 파열음으로 귀신을 쫒아내려는 것이다. 밤새도록 터뜨려진 폭약 파편과 껍질은 도로에 수북이 쌓이게 마련이다. 폭죽을 만드는 화약을 운반하다가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폭죽을 터뜨리면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인명 손실과 재산 손실을 막기 위해 1993년부터 폭죽 사용 금지령이 내려져 요즈음은 베트남에서 폭죽 터뜨리는 세시풍습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 쏭덧과 새해 인사를 한다
베트남에서는 뗏 전부터 새해의 풍성한 복을 가져온다는 황금열매 금귤나무와 분홍색 복숭아나 노란색 매화꽃을 사서 집집마다 반드시 장식한다. 뗏이 되면 곳곳에 꽃시장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또한 섣달 그믐날 자정을 지난 새해의 첫 시간은 그 해 복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 첫 손님을 모시는 풍습이 있다. 이를 ‘쏭덧’이라고 한다. 새해의 첫날 복이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쏭덧에는 가장과 띠와 사주가 맞고, 관직에 있거나 학식이 있고, 건강하고 가정이 화목한 집안의 남성을 초대하여 한 해의 복과 번영을 비는 행위이다. 이때, 방문자는 조상신을 모신 제대상에 향불을 피우고, 덕담을 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세뱃돈을 나누어 준다. 세배 돈을 베트남어로 리씨(li xi)라고 하는데, 빨간 봉투에 넣어서 준다. 쏭덧을 마치고 날이 밝으면 이웃의 친척이나, 선생님, 동네 어른들을 찾아가 새해 인사를 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새해의 복을 기원한다. 이때 어린이들에게는 세뱃돈이 주어진다.


∎ 조상의 길안내 표시로 대나무장대를 세운다
시골이나 도시의 가정에서 대나무장대를 세우는데 늦어도 그믐날까지는 마친다. 이를 꺼이네우라 한다. 꺼이네우는 긴 대나무를 잘라 꼭대기 순만 남겨두고 나머지 가지를 모두 자른 뒤에 음(-)과 양(+)의 표시를 하고 흙이나 종이로 만든 잉어나 말을 달아 집 마당에 세워 놓는 것을 말한다. 잉어나 말은 부엌신이 옥황상제에게 인간의 선악행위를 보고하러 갈 때 교통수단으로 쓰라는 의미이다. 도시에서는 꺼이네우에 색종이로 잉어나 말을 달아 장식하여 놓는다. 꺼이네우는 조상들이 집을 찾아오기 쉽도록 하는 길 안내표지이자 귀신을 쫒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꺼이이네우는 뗏이 지난 일주일 뒤 음력 1월 7일에 철거한다.

∎ 세화(歲畵)를 그려 새해를 축하한다
뗏이 되면 베트남에서는 뗏 그림을 대문에 붙인다. 이는 뗏을 맞이하여 집안을 장식하는 의미와 새해맞이를 축하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새해에도 건강하고 자손의 번성과 재물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뗏 그림으로는 동호민화와 항쫑민화가 유명하다.

∎ 금기사항을 지켜야 한다
뗏 기간에는 금기사항이 있다. 금기사항은 베트남의 북부, 중부, 남부 등 지역별로, 민족별로 약간씩 다르다. 죽음을 상징하는 흰 옷이나 검은 옷을 입지 않고 남을 험담을 하거나 죽음에 관련된 말은 하지 않는다. 상을 당하였거나 집안에 우환이 있는 사람, 환자, 여성은 정월 초하루에 다른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지 않고 전화도 먼저 걸지 않는다. 청소를 하면 행운이 쓸려나간다고 생각하여 새해 3일간은 청소를 하지 않는다. 청소할 때도 집안의 쓰레기를 밖으로 쓸어내지 않고, 문밖의 쓰레기를 집 안쪽으로 쓸어와 청소한다. 집안 청소는 그믐날까지 마친다. 뗏 기간에는 가급적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쓰레기를 버리면 복이 달아난다고 생각해서 한구석에 모아 놓았다가 나중에 버린다. 빗자루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보관한다. 빗자루를 잃어버리면 집안에 도둑이 든다고 해서 빗자루를 집 안 깊숙이 감추어 두기도 한다. 뗏 기간에는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지 않는다. 새해 첫날에 돈을 빌려주면 한 해 동안 가족의 형편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믿고,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으면 다른 사람에게 ‘복’을 넘겨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문을 닫지 않는다. 문을 닫으면 신령들이 집에 들어올 수가 없고, 신령에 대한 불경의 표시이기 때문에 일년 내내 가난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외출할 때 외에는 항상 문을 열어 놓는다.

베트남에서 뗏은 풍년과 복을 기원하는 새해의 시작이다. 뗏 준비는 음력 12월 23일 부엌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한국과 베트남에서 같은 날 부엌신을 모시는 제사를 지낸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베트남의 정월 세시풍속은 음력을 사용하고, 전통적인 쌀농사를 중심의 농업문명을 발전시켜온 민족이고, 유교문화의 전통을 공유하고 있어 세시풍속도 한국과 유사성이 많다. 2019년도에 한국은 79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베트남에 투자한 125개국의 외국자본 가운데 1위를 차지하였다.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20.8%가 한국자본이다. 베트남에서 투자에 성공하려면 베트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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