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5조달러 중국 금융시장 침공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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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1-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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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년간 막혔던 장벽들 이제야 제거" 기대감

  • JP 모건·골드만삭스 등 기업들 中사업 확대 속도

  • "금융시장 선진화 vs 시장 외자에 취약해질 수도"

45조 달러에 육박하는 중국 금융시장의 빗장이 풀린다. 수십 년간 거대 시장을 호시탐탐 노렸던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총공세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자국의 금융 시스템 선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시장에 밀려들어 오는 외국 자본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미·중 양국이 서명한 1단계 무역협상 합의안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해왔던 미국 은행과 금융기업들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 기업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타결된 합의안 발표 전에도 중국은 최근 무역전쟁의 압박 속에서 금융시장의 장벽을 조금씩 낮춰왔다. 특히 2020년부터는 속도가 훨씬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중국은 이번 달부터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가진 선물·생명보험회사 설립을 허용한다. 이런 지분 확대 허용 범위는 향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4월부터는 ​100% 외국인 소유의 뮤추얼펀드 설립과 외국인의 중국 자산운용사 매입도 허용됐다. 오는 12월부터는 증권사 외국인 지분 제한도 완전히 사라진다.

그 때문에 최근 글로벌 IB들의 중국 공세가 거세졌다. 16일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JP모건은 중국 내 설립한 합작 펀드운용사 상터우모건(上投摩根)의 지분율을 100%까지 늘리는 방안을 합작 파트너인 상하이국제신탁과 논의 중이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JP모건은 중국에서 지분 과반 이상을 보유한 증권사, 선물회사, 펀드 운용사까지 운용하는 기업이 된다.

골드만삭스도 현재 중국 내 독자적인 자산운용사 설립을 준비 중이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중국 건설은행과 공동 설립하는 중국 자산운용사 지분 과반 이상을 취득하기로 했다.

미국 최대 글로벌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지난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중국 정부)은 JP 모건이 금융시장 내 투명성을 높이고 표준과 규제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부패를 없애고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통해 금융시장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안으로 은행뿐만 아니라, 신용카드회사, 신용등급사 등도 중국 시장 접근이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비자와 마스터 카드는 장기간 중국 시장을 두드려왔지만, 자국 기업인 유니언페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은 오랫동안 이들 기업의 진출을 제한해왔다. 마스터카드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 전역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면서 "이번 합의는 진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비자카드 역시 "중국에서의 지속적인 성장과 전자결제의 발전에 있어 큰 가능성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신용등급회사들도 이번 합의안의 또 다른 승자로 꼽힌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무디스와 S&P 등 신용평가 기업들은 14조 달러에 달하는 채권 시장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평가사들은 중국 국내 채권 등급 평가도 가능해지면서 중국 금융시장 내 글로벌 자본의 개입은 더욱 깊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자구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불신을 받았던 중국 신용평가 시스템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공세가 중국 시장의 안정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클 페티스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대학원)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외국자본의 유입은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시스템 선진화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페티스 교수는 "그동안 중국 자본과 금융시장은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와 은행 부실 등에서 안전했다. 폐쇄된 시장에서 관료들은 부채를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중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될 경우 이런 문제 해결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에 외국인이 주식시장과 채권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중국 금융시장은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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