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유가 소폭 오르면 수출 긍정적이나 수지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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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1-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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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불거진 중동지역의 불안으로 유가가 소폭 오른다면 단기적으로는 한국 수출에 긍정적이나 수입단가가 올라 무역수지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한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수요가 줄면서 결국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5일 내놓은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에서 10%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은 수출단가 상승, 산유국의 재정개선, 해양플랜트 수주·인도 확대 등에 힘입어 3.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출의 경제변수별 탄성치는 세계경기(생산), 환율, 유가 순이다. 유가 탄력성은 환율 탄력성보다 작지만, 일반적으로 유가가 환율보다 변동 폭이 커서 유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연구원은 유가가 10% 상승 또는 하락하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단가는 각각 7.9%와 3.2%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수출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13대 품목 중 10개 업종에서 유가가 소폭 상승할 경우 수출이 느는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제품, 디스플레이, 선박, 가전, 자동차, 일반기계, 섬유, 자동차부품 순으로 유가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다만 유가가 10% 상승하면 수입은 원유 수입단가 상승으로 3.3% 증가해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국내 생산비용이 늘면서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어 결국은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내 소비 여력 축소에 따른 수입 부담 가중 등이 겹치면서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원유수입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 소비자의 휘발유 비용 부담 상승 등으로 인해 세계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후 하반기 내내 낮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최근 급등·하락하는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두바이 유가는 1월 들어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오른 이후 다시 60달러 중반으로 하락했다.

군사적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최근 다소 완화되면서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 역시 사그라들었지만, 아직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건 아니다.

거시경제 연구조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라시아그룹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이라크 남부까지 확대돼 이란의 상선 위협을 고조한다면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70달러 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채산성 악화,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며 "수출시장과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에너지 신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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