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적은 여기있다" 들끓는 이란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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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01-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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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反정부 시위 이틀째…테헤란서 전역으로 번져

정부가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란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번지면서 연 이틀째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12일 저녁 테헤란 아자디 광장 주변에 모인 시민들 [사진=트위터·연합뉴스]

◆이란 反정부 시위 이틀째…전역으로 번져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에서 여객기 격추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트위터에는 수도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쉬티대학에서는 한 그룹의 시위대가 노래를 부르며 정부를 비판하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또 이 영상에는 대학교 외부에 시위대가 포진한 모습과 이들이 테헤란의 테헤란 남서부 아자디광장에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는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실수로 격추했다고 발표한 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대학생 수백 명이 참가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날까지 이틀째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 8일 테헤란 서부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혁명수비대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사실을 혁명수비대가 시인하자 11일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어 군부와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대학교로 모였다. 첫날 시위는 테헤란뿐만 아니라 시라즈, 이스파한, 하메단, 우루미예에서도 개최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추모 인원이 수백 명 규모가 되자 이들은 교문 앞 도로를 막고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부끄러워하라"라고 외쳤다. SNS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들렸다.

로이터는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모인 시위자들이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는 동영상 게시물도 트위터에서 목격됐으나, 해당 영상물의 진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테헤란 주민들은 당시 경찰이 출동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다. 이란 반(半)관영 통신사인 ILNA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결집한 경찰이 300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

◆수세 몰린 이란 지도부…'핵합의 테이블' 다시 앉을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내용의 트위터를 잇달아 올리면서 이란 정권 '숨통 조르기'와 더불어 새로운 핵합의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이란 지도자들을 향해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전날에 이어 영어와 이란 국민들이 직접 볼 수 있는 페르시아어로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윗에서 영어와 이란어로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이란 정권을 압박한 바 있다.

그는 "이미 수천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거나 투옥됐고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것이다"라면서 "인터넷을 다시 켜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라! 당신들의 위대한 이란 국민을 살해하는 것을 멈추라"고 말했다.

여기에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수뇌부들도 시위대 지지 목소리를 높이며 이란 수뇌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1일 트위터에 이란 반정부 시위 동영상에 대해 "이란 국민의 목소리는 명확하다. 그들은 체제의 거짓, 부패, 무능, 하메네이의 도둑정치(kleptocracy) 하에서 혁명수비대의 잔혹성에 신물이 나 있다"며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자격이 있는 이란 국민과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란 측과 자리에 앉아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2015년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당사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이란 핵합의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함께 성명을 발표하고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는 것은 필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무력 핵동이나 (핵·미사일 등의) 확산을 시도하지 말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의 전날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과 관련,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군사력 사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살인적 제재'로 응수하겠다고 최대압박 전략을 재확인한 바 있다.

미국 행정부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지난 10일 이란 고위 관료 8명을 비롯, 철강·알루미늄·구리 제조업체 등을 제재 대상으로 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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