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미국·이란 정면충돌 앞에서 급제동...갈등 불씨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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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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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무력 사용 원치 않아...경제 제재할 것"

  • 이란, '소심한 복수' 후 "대응 끝났다"...확전 자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면전 위기 앞에 급제동을 걸었다. 그는 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에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며 경제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란도 확전 자제 신호를 보내면서 양국은 일단 보복의 악순환이라는 파국을 피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만큼 언제라도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트럼프 "무력 사용 원치 않아...경제 제재할 것"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에 무력을 이용한 보복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란은 군부 최고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2일 미국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하자 8일 새벽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군사기지 두 곳에 미사일 십수발을 발사하는 보복을 감행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수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가 위대한 군과 장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미국은 군사력 사용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인 힘이 최고의 억지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미국인 사상자는 없었다. 어떠한 미국인도 다치지 않았다"며 "최소한의 피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은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미국은 옵션들을 계속 살펴볼 것이며 이란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즉각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제재 내용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솔레이마니 제거 후 이란과 긴장 고조로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공격에서 미국인 희생자가 나오지 않음으로써 무력 보복을 자제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솔레이마이 사살 후 소셜미디어엔 전쟁에 대한 우려가 넘쳐났고,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53% 응답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달 전보다 9%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이란과 전쟁이 재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면서 솔레이마니 제거라는 위험한 도박이 일단은 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솔레이마니 제거로 미국의 힘을 극적으로 과시하는 동시에 국내에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진=AP·연합뉴스]


◆이란, '소심한 복수' 후 "대응 끝났다"...확전 자제

확전을 자제하려는 분위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란에서도 감지됐다. 무엇보다 솔레이마니 폭살이라는 미국의 '전례없는 도발'에 미군 주둔 기지에 대한 미사일 발사라는 상대적으로 '소심한 복수'를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이란은 계속해서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공격 후 트위터로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이 끝났다(concluded)"며,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란의 미사일 보복이 정교하게 계산된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군을 겨냥한 군사적 보복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체면을 살리되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미국과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미국 측 사망자를 내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이런 관측을 반박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내가 아는 바를 토대로 말하자면 이란의 공격은 차량, 장비, 항공기 등 구조물에 피해를 입히고 미군을 숨지게 하려고 의도됐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군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을 미리 탐지해 대피할 시간을 벌어준 조기 경보 시스템이라고 WSJ은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일단 양국이 전면전 앞에서 일단 멈춰서면서 갈등 봉합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그러나 양국의 대립이 끝난 게 아니며 언제라도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게 외교 관측통들의 중론이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순간을 외교적 이니셔티브로 전환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승리로 기록될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그는 원치않던 긴장 고조, 병력 추가 파병, 전쟁의 굴레에 갇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가 활동하는 중동 지역에 미군 수만 명이 배치돼 있는 만큼 소규모 포격 등 산발적 충돌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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