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 19] 영국의 반부패 쌍두마차: SFO와 검찰감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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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20-0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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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권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영국 검찰청과 중대부패수사청

  • 영국 제1 공수처, 중대부패수사청의 조직과 권한

  • 검찰권(기소권)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검찰 감찰청

  • 영국 제2 공수처, 진정한 슈퍼파워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더 악취를 풍긴다. -W.셰익스피어
 
∙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 J.E.E.D 액튼
 
∙ 각국은 자국 법체계의 기본원칙에 따라 부패방지기구가 한 개 이상 존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 유엔부패방지협약 제6조
 
∙ 백성이 스스로 입법할 권리가 있다(民自權立法). - 정약용
 
∙ 나는 사람들이 이공계의 발명품이나 예술계의 창작품처럼 세상을 고르고 밝게 만드는 멋진 법과 제도를 창조하길 즐기는 세상을 꿈꾼다. -강효백
 
2019년 12월 30일은 대한민국이 구사일생한 경축일로 기록될 것이다. 공수처 설치법 제정은 125년간 단절됐던 한민족 법제의 맥을 잇고 진정한 대한민국 법치시대를 연 민족사적 쾌거이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이후 공수처가 없는 시기는 1895년~2019년뿐, 신라(사정부), 발해(중정대), 고려(어사대), 조선(의금부)엔 모두 공수처가 존재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한편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유엔 부패방지협약의 핵심 조항 “1개 이상의 부패방지기구전담기관 설치를 의무화”(협약 제6조)를 국내법으로 수용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규범을 실천하는 중견강국 대한민국에 걸맞은 위상과 품격을 갖추게 된 날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세계에서 법이 제일 발달한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독일' 이라고 답한다. 이는 사실 아돌프 히틀러와 도조 히데키만 방긋 웃을 오답이다.

21세기 현대 세계에서 성문법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다. 독일법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법이라는 인식의 착오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일제 잔재의 주입식 교육의 후과다.

일본이 모방 도입한 법제는 독일 법제다. 한때 나치독일과 동맹국이었던 일본은 적국이었던 미국과 영국이 성문법도 없이 판례나 중시하는 불문법 국가로 낙인찍었다.

하지만 사실 미국은 '현대판 로마제국'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헌법에서 형사소송법, 노동법, 해양법까지 52부로 구성된 미국연방법전을 비롯 50개 주별로 체계적이고 방대한 법률과 법령으로 짜여진 실정법 선진국이자 초강대국이다. 이런 미국을 낳은 영국은 헌법만 불문법이지, 세계 민주주의 제도의 종주국답게 성문법이 매우 발달한 법제 선진국이다.
 
영국은 또한 영국 본국과 함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옛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52개 국가로 구성된 국제기구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의 종주국이다.
 
영국은 세계를 해군으로 정복하고 제도로 지배했다. 즉 부패방지 제도장치라는 방부제를 개발해내어 대영제국의 통치지역을 오래 보존해 왔다.
영연방 52개국 중 절반가량인 24개국이 공수처(반부패전담기관)를 설치하고 있다. 중화권인 싱가포르를 제외한 22개 영연방국들의 영국의 중대부패수사청(SFO)과 검찰감찰청(CPSI)을 모델로 삼았다. 공수처에 기소권 등 권한 여부에 따라 반부패 제도개선의 효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경찰권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영국 검찰청과 중대부패수사청
 
잠깐! 한국인에겐 '깜놀', 세계인에겐 상식
**영국 비롯 영연방 52개국과 중국등 중화권 국가들의 공통점
1.검찰권 대비 경찰권의 우위
2.검찰권과 경찰권 대비 감찰권의 압도적 우위
 
세계민주제도의 롤모델국 영국엔 검찰 제도 자체가 없었다. 1985년까지 영국은 경찰청이 범죄사건에 대해 수사와 기소제기 여부를 독점해왔다. 경찰권력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증대하고 기소를 전담하는 기관과 중대부패행위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할 단일조직의 필요성이 증대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1985년 범죄기소법(Prosecution of Offences Act)을 개정해 왕립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CPS, ‘검찰청’으로 약칭)을 창설했다.
 
검찰청장은 법조경력 10년 이상인 인사 중에서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이 임명하고 법무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영국 검찰청에는 6900명의 직원과 2900여명의 검사(Prosecutor)가 검찰청장의 지휘를 받아 기소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검찰청장은 직무수행의 결과를 매년 법무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돼있으며, 보고를 받은 법무장관은 이를 의회에 보고하고 정부간행물로 발표한다.
 
검찰청 설치 2년후 영국 정부와 의회는 1987년 형사재판법(Criminal Justice Act)을 개정, 이 법에 근거 1988년 4월 중대부패수사청(Serious Fraud Office :SFO)을 설치, 업무를 개시했다.
즉, 영국의 공수처 격인 중대부패수사청은 한국의 공수처처럼 검찰권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 아니다. 수사와 기소제기 여부를 독점하는 경찰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국가차원에서 적극 수용하여 대처한 결과 탄생한 조직이다.
 
◆영국 제1 공수처, 중대부패수사청의 조직과 권한
 
중대부패수사청은 형사재판법에 근거하여 엄격하게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부기관이다. 청장(Director)은 법무장관이 임명하며 관할지역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및 북아일랜드다.

스코틀랜드는 왕립재정검찰청에서 별도로 관장한다. 정책실은 입법 기획과 청장에 법률 자문, 조사관 및 실무법률가에 연구 서비스 제공을 담당한다. 조사 기소실은 중대부패수사청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부패사건을 처리하는데 분야별로 4개과로 구분 담당한다. 총무국은 재정계획, 수립통제,회계관리 직원 채용훈련 일반행정들을 담당한다.

그밖에 회계과 컴퓨터수사팀 법무공조팀 공보실등으로 구성되는 2019년 현재 중대부패수사청은 법률·회계· 경제·무역·건설·의학·전자공학 등 각계 전문직 450명가량이 상근하고 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중대부패수사청은 독자적인 조사권, 수사권, 기소권과 공소유지 여부에 관한 결정권, 개인정보 정보요구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대부패수사청은 중대한 부패사건을 개인, 기업, 자선단체 및 비영리단체, 시장남용, 국고, 공공영역, 기타 행위 등 7개의 유형으로 분류한다. 대체로 100만 파운드 이상 되는 중대 복잡하고 전문적인 부패사건을 경찰, 무역산업부, 세관, 영국은행, 런던 증권거래소 또는 개인으로부터 접수받아 조사·수사한다.
 
청장이 특별권한의 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의 영장 없이 금융기관에 개인이나 단체에 관한 금융정보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형사재판법 제3장 제23조 2항).

또한 긴급상황의 경우 사전 통지없이 즉시 답변, 정보제공, 서류 제공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보제공요구에 불응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자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1만 파운드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며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형사재판법 제3장 제23조 15항). 피의자의 형사절차상의 인권보다 국가사회의 공적 이익과 피해확산의 방지를 더 중시하는 입법 취지로 해석된다.
 
중대부패수사청이 처리하지 않는 부패사건은 영국 각지 지역경찰 반부패팀에서 수사를 맡고 검찰이 1심법원인 치안법원(Magistrates’ Court)에 예심절차를 거친 후에 2심 법원격인 형사법원(Crown Court)의 정식재판에 회부 된다. 반면에 중대부패수사청이 처리하는 중대부패 사건은 형사법원에 직접 공소를 제기함으로써 반부패 효과성이 매우 크다.
 
◆검찰권(기소권)을 통제하기 위해 생겨난 검찰감찰청
 
1980년대 중반 이전 영국의 경찰권은 '무소불위'였다. 영국에서는 범죄행위에 대한 조사와 수사는 물론이고 기소 공소유지등 형사사법 절차의 모든 권한은 원칙적으로 경찰에 의하여 행사됐기 때문이다.

1985년에 왕립검찰청, 1987년에 중대부패수사청이 설립되면서 경찰권은 제어를 받기 시작했다. 여러차례 형사재판법을 개정하여 경찰은 형사사건에 대한 기소를 제기할 시 검찰청장의 지휘와 승인을 받도록 하면서부터 영국 검찰의 위상은 많이 강화됐다.
 
영국 검찰은 경찰에 의하여 제기된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권력은 기소권 하나만으로 여타 사법행정기관을 압도할 수 있다. 사법행정 권력의 꽃은 기소권이다. 기소 불기소에 따라 피의자의 행복과 고통의 길로 들어서는 문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기소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기소재량권과 자기들 치부는 은폐하기 위하여 대충 넘어갈 수 있을 수 있다.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인정되고 소송조건이 구비된 경우에도 기소를 하지 않고 자의·독선에 의해 치우치거나 정치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 빈발했다.
 
그러자 중대부패수사청 뇌물과 관련없는 비금전성 권력남용행위를 감찰감독할 필요성을 수용하여 영국정부는 검찰청을 감찰하는 검찰감찰청을 설립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와 의회는 검찰의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감독하고 검찰 제반업무를 감찰하기 위한 검찰감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Inspectorate:CPSI)를 독립기관으로 설치(2000년)했다.
 
◆영국 제2 공수처, 진정한 슈퍼파워
 
검찰감찰청장은 검찰청장과 중대부패수사청장과 마찬가지로 법무장관이 임명한다. 검찰감찰청은 3개 감찰부와 1개 운영협력부로 조직되었고 정확한 인원수는 미상이다.
 
검찰감찰청의 관할범위는 중대부패수사청보다 오히려 광범위하다. 검찰청 본부를 감찰하고 영국 전역의 모든 검찰조직을 감찰한다. 검찰의 기소권과 기소제기 승인권은 물론, 검찰의 감형과 가석방, 교도소 법무행정까지 감찰한다. 검찰감찰청은 독자적으로 또는 중대부패수사청, 경찰, 감사원(NAO), 공공회계감사위원회(PAC)등과 긴밀한 업무협력으로 수사와 기소를 진행한다.
 
또한 검찰감찰청은 검찰만 아니라 검찰권 행사와 관련하여 경찰, 소방서, 재난대책위까지 감찰한다. 2014년 제정된 <반사회 범죄공안법 (Anti-social Behaviour, Crime and Policing Act)>’에 따라 중대부패수사청까지도 검찰감찰청의 감찰대상이 되었다. 육 해 공군 각군 사령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군부 내의 검찰권 남용관련 행위까지 감찰할 수 있다.
 
검찰감찰청이 기소한 사건은 중대부패수사청이 제기한 사건과 마찬가지로 1심법원을 거치지 않고 2심법원에 직접회부된다. 검찰감찰청장은 검찰에 대한 감찰결과를 정기 비정기적으로 법무장관에게 직보하고 보고를 받은 법무장관은 이를 의회에 보고하고 정부간행물로 공개한다.
 
요컨대 영국의 1호 공수처 중대부패수사청은 경찰권을 견제하기 위해 1987년 설치했다. 영국의 공수처 2호 검찰감찰청은 경찰권을 제어하느라 비대해진 검찰권(특히 기소권)을 통제하기 위해 2000년 설치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찰권이 비대해지자 검찰에 권력을 몰아주었고 다시 안기부(국정원)의 권력이 막강해지자 또다시 검찰에 권력을 독점하도록 몰아주었다. 영국의 중대부패수사청과 검찰감찰청처럼 새로운 제3의 기관들을 창설해 견제와 균형을 이뤄낼 생각은 않고 기존 검찰권과 경찰권의 '시소게임'만 계속해왔다.
 
법제는 지키고 유지하라고 있지만 고치고 개선하라고도 있다. 법은 절대불변의 수학공식이 아니다. 무조건 암기 해석하고 적용하라고만 있는 게 아니다. ‘물(氵)이 흘러가듯(去)’ 法과 제도는 사회발전에 보조를 맞추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존의 법률과 판례를 되새김질만 하지 말고 이공계의 발명품이나 예술계의 창작품처럼 미래의 비전과 플랜을 법제화해보자. 이번의 공수처 설치법 제정을 계기로 온 국민의 뜻과 지혜를 모아 “세상을 고르고 밝게 하는 좋은 법제”를 입법하여 자유와 평등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사회를 만들어 나가자.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주요참고문헌>

박경철, [영국의 공직자 부패행위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15.
이광재, [뇌물죄론],진원사,2015.
김희순,“국가간 비교를 통한 반부패감시기관의 성공요인연구: 유형별 공직 부패방지기구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2004.
윤광재, “각국 부패현황 및 대책: 유럽사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한국정부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010.
영국 중대부패수사청 https://sfo.gov.uk/
영국 검찰감찰청 https://justiceinspectorates.gov.uk/
영국 경찰청(경찰 소방 재난구조) https://justiceinspectorates.gov.uk/hmicfrs/
영국 검찰청 https://cps.gov.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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