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지정학 리스크, 韓 수출 회복 기대에 '찬물'…정부, 대책 마련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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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한지연·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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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유가 급등부터 글로벌 교역 위축 우려까지…韓 경제 직격탄

  • 정부, 긴급회의 연속 개최…“최악의 상황 대비 대응책 지속 논의”

한국 경제에 또다시 경고등이 커졌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촉발된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라는 대형 악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미·중 무역 분쟁 완화, 세계 경제 성장률 완만한 상승 기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을 근거로 올해 수출이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중동사태로 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동정세 불안은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교역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국제유가 급등·글로벌 교역 위축…韓경제 직격탄

당장 국제유가가 가장 큰 변수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의 제재로 이란산(産) 원유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동 사태가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으로 퍼지면 국제유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이란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3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게 되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수뇌부 공습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3.1% 뛴 63.05달러로 약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건설업계에도 악재다. 국내 건설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비용과 수송비까지 증가해 수익 회복이 더욱 어려워진다.

6일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발주처 입장에서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부담이 커져 고유가에 따른 수익 변동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 진출해 있는 기업들을 통해 중동 지역의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교역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란의 미국 우방국 공격 등으로 중동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 중동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는 우리 수출기업에 대형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중동 건설·플랜트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중동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늦춰지면 건설사들의 중동 비즈니스에도 적잖은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누적 수주액은 44억 달러(약 5조1568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이란 중북부의 종교 도시 곰의 잠카런 모스크(이슬람 사원) 돔 정상에 4일(현지시간) 붉은 깃발이 게양됐다고 이란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잠카런 모스크의 붉은 깃발은 순교의 피가 흐를 격렬한 전투가 임박했다는 상징물이며 이는 이슬람과 이란이 적에 보내는 경고라고 이 방송은 해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긴급회의 연이어 개최…“대응책 지속 논의”

정부는 이번 중동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긴급회의를 개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청와대는 통상적으로 매주 목요일에 소집됐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상임위)를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소집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례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현재 중동 지역의 정세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엄중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정부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NSC 상임위에서는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과 현지 교민 안전, 원유수급 문제 등이 논의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된 원유 수급 문제가 주로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돼 해당 지역의 상황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외교부는 전날 대책반 설치에 이어 이날 관계부처 실무 대책 회의를 열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홍진욱 아프리카중동국장의 주재로 열린 외교부 대책 회의에는 국가안보실, 국무조정실, 국방부, 산업부, 해양수산부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긴급 경제관계장관 비공개회의를 열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와 관련된 상황을 점검했다.

한편 정부는 우리 국민과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부처별 대응 매뉴얼을 공유할 계획이다. 또 관련 부처와 중동 지역 공관 간 유기적 협조 체제 구축 등을 시행해 중동사태에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중동 정세 관련 논의를 위해 6일 열린 관계부처 실무 대책회의.[사진=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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