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 만에 발길 돌린 윤종원 기업은행장 "나는 함량미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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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1-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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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정권 부담 주지 말고 자진사퇴하라"... 총파업 예고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후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낙하산 반대'를 외치며 출근 저지에 나선 노동조합에 막혀 9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윤 행장은 "나는 함량 미달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노조는 "정권에 부담 주지 말고 물러나라"고 반발했다.

윤 신임 행장은 3일 오전 8시28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후문에 도착해 출근을 시도했지만, 이날 오전 7시30분경부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기업은행 노조원 100여명에 막혀 본점에 들어가지 못한 채 8시37분 돌아갔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는 '적폐 중의 적폐'라고 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낙하산을 '독극물'이라고 했다"며 "윤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독극물이기 때문에 (기업은행에) 한 걸음도 들일 수 없다"고 윤 행장을 가로막았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정권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자, 윤 행장은 "어떤 부분을 걱정하는지 듣겠다"고 답했다.

허 위원장이 "수석이 할 얘기는 '자진사퇴하겠다'라는 말뿐"이라며 "그럼 (노조도) 투쟁을 접고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 행장이 웃음을 짓자, 노조원들이 "웃을 일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윤 행장은 "(저를 두고)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만들고, 열심히 해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노조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데 입장을 달라'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 잘 듣고, 말씀을 나눠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어떤 당부를 했나', '내정 소식은 언제 연락받았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전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책은행의 경영진은 경영 실패를 조합원들한테 돌려 왔다"며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과 연계해 총파업에 나설지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전 여당 지지 철회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박홍배 금융노조 당선인도 이를 고민하고 있다"며 "한국노총 위원장 후보자들과도 뜻을 나눴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기업은행장에 윤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임명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윤 신임 행장이 임명됨에 따라 기업은행은 10년 만에 관 출신 인사를 행장으로 맞이하게 됐다.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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