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투더퓨처-빅데이터] "고작 15%"... 갈길 먼 韓 데이터 기반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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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1-0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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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자 '직감' 대신 데이터로 의사결정 내리는 데이터 기반 경영... 미중에선 보편화 국내에선 기업 15%만 도입

데이터 기반 경영은 데이터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에선 이미 보편화됐다. IT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 빅데이터가 도입돼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최대 인기 스포츠 리그인 NFL(내셔널 풋볼 리그)은 데이터 경영의 산물인 'NFL 차세대 통계(NFL NEXT GEN STATS)' 시스템으로 MLB, NBA, 프리미어 리그 등 경쟁자와 격차를 더 크게 벌리고 있다.

7년 전 시작된 NFL 차세대 통계는 경기 현장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서 이를 시각화한 후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실제 경기에 덧씌워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중계에 흥미를 더하는 것을 넘어 구단과 코칭스태프에게 수집된 데이터를 모두 제공해 선수 배치와 경기 전략을 더 효율적으로 짤 수 있게 했다. 데이터를 활용해 선수가 자신이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NFL은 모든 선수의 유니폼, 미식축구공, 체인과 파일런 등에 무선 주파수 식별 칩(RFID)을 삽입했다. NFL 모든 경기장에는 20~30개의 초광대역 수신기가 설치됐다.

추적 시스템은 선수와 공의 위치, 속도, 이동거리와 가속도 등의 데이터를 초당 10회씩 수집하고 이를 수치화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관중들은 선수의 향후 공격(터치다운) 성공률, 패스 성공률, 던지는 시간, 평군 분리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경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팀의 승리 확률까지 알 수 있다. 공정한 스포츠 경기 진행을 위한 정확한 판정이라는 부수효과까지 거뒀다.

또한 NFL은 데이터를 활용해 미식축구의 최대 문제였던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은퇴까지 줄일 계획이다. 먼저 NFL은 수집한 선수들의 부상 데이터로 클라우드 상에 '디지털 애슬릿'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트윈(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 공간)'을 생성한다. 디지털 트윈에서 경기 시뮬레이션을 돌려 선수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기 전에 어떤 징조가 있는지 확인한 후 실제 경기에서 NFL 차세대 통계가 해당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예측하면 과열된 경기를 일시 중단시킬 방침이다. 부상 데이터 역시 구단과 선수들에게 모두 공유되며, 이를 통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부상이 일어나는 상황을 사전에 파악해서 회피할 수 있다.
 

NFL 차세대 통계.[사진=NFL 홈페이지 캡처]


직원들의 모든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구글도 한때 이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직원 1인당 매일 30달러에 달하는 과도한 지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0만명이 넘는 구글 직원수를 감안하면 하루에만 300만달러(약 35억원)의 지출이 일어나는 셈이다.

사실 전 세계 시총 5위권인 구글의 기업 규모를 감안하면 이는 생각보다 큰 지출은 아니다. 문제는 식비가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였다. 주문한 식재료의 5~10%가 그냥 버려지는 등 막대한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났고, 처리 방법을 두고 고심해야만 했다.

구글은 데이터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마트 저울을 활용해 쓰레기 배출 현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공지했다. 음식 낭비가 심한 구내 식당의 식기 반납대에 음식물 쓰레기 배출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 직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 구글은 마운틴뷰 본사에서만 5년 동안 총 272만kg의 식재료를 절약하는데 성공했다.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독신기념일)의 주역인 알리바바 역시 정교한 데이터 기반 예측 모델을 활용해 매출을 성공적으로 향상시켰다. 고객의 쇼핑 수요를 연월일 단위로 정교하게 분석해 광군제에 어느 정도의 수요가 몰릴지 예상한 후 그만큼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충해 서비스가 느려지거나 중단되는 현상 없이 고객들에게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했다. 고객의 구매 내역을 분석해 광군제 때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추천해주는 시스템도 주효했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는 11일 하루 동안 384억달러(약 45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국내 스타트업 중 10번째로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에 등극한 무신사의 성공 비결은 데이터 기반 경영에 있다. 무신사는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어떤 패션 조합이 선호되는지 등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하고 분석한 후 독자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소비자의 상품 구매 후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무신사 스탠다드를 매 시즌마다 개선했다.

덕분에 무신사 스탠다드 슬랙스 팬츠는 별도의 광고 없이 무신사에서만 판매를 했음에도 3개월만에 30만장의 누적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무신사는 2018년 매출 1081억원, 영업이익 269억원, 회원수 470만명, 입점 브랜드 3500개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냈고, 이에 미국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 상장을 계획 중인 리디북스도 데이터 기반 경영으로 경쟁사를 제치고 국내 전자책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스타트업인 리디북스는 교보문고, 예스24 등 쟁쟁한 경쟁사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자책 공급자들에게 판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를 토대로 초기 사업에 중요한 신뢰를 확보했다. 또한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수집, 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전자책 구매량이 늘어나는 월 초에 구매 포인트를 두 배로 지급하거나,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 보너스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감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데이터에 따른 마케팅만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10년 2억7000만원의 매출을 내던 회사가 2018년 793억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올해 목표는 1000억대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기반 경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매출 1000억원 이상 국내 기업 중에서 빅데이터를 경영에 도입한 곳은 전체의 15.1%에 불과하다. 아직도 많은 국내 기업이 기업의 미래를 경영권자의 감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국내 빅데이터 산업 발전과 데이터 기반 경영 확대를 위해 여야 대립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 있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당초 여야는 한달 전 비쟁점 민생 법안인 데이터 3법의 통과를 합의했지만, 쟁점 법안 처리에 밀려 20대 국회 내 처리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데이터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기업은 수집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은 법적 제한과 관련 인식 부족으로 감에 기대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고 있다"며 "미국처럼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개인정보유출 등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무겁게 묻는 제도를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의 80%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다크 데이터'로 조사됐다"며 "다크 데이터 속에서 유용한 데이터를 찾아낼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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