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일 없는 안전한 운행이 목표…조용히 월급받는 삶이 행복"
  • "돈 벌려 시작했지만…적성 맞는 일 찾아 출근 즐거운 20대"
  • 직접 편집까지 하며 콘텐츠 제작…"유튜브도 계속 이어갈 것"
'25살에 버스기사 하는 이유 (버스 시작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위 제목의 영상을 기자에게 소개했다. 유튜브를 애용하지만 버스기사 유튜버는 접해본 적 없었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20대 혹은 30대로 추정되는 나이대의 운전자를 본 적도 없었다. 궁금증이 떠오르는 동시에 손가락은 이미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버스가 적성에 맞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성적 맞춰 간 전문대학에서 기계과를 전공하고 군대 부사관을 가려고 하다가 그냥 학교 졸업하고 사병으로 입대했다. 23살에 전역하고 사회로 나와 1년 동안 방황했다. 뷔페 주방장 밑에서 요리도 배워보고 공장도 다녀봤는데 별로 안 맞았다. 공장의 경우엔 계속 똑같은 것만 반복해 돈은 벌었지만 정신이 피폐해졌고 맞지 않았다. (지금은) 성향과 잘 맞아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다."

유튜브 '20대 버스기사 이야기' 채널을 운영하는 김진성 씨의 이야기다. 그는 올해 5월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시작해 현재는 경기도 김포에서 관광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다. 동시에 구독자가 6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의 채널에는 '시내버스 기사의 통풍시트 리뷰', '버스에 워셔액 넣는 방법'과 같이 차량과 관련한 소소한 영상과 '버스기사 되는 법', '하루 17시간 운전, 시내버스 기사 월급 공개', '대학버스 기사의 일상'과 같이 직업에 관한 소개 영상 등이 있다.

영상에는 버스기사가 주로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등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 담겨있다. 특이한 점은 '출근이 힘들다'고 말하는 대개의 직장인과 달리 '출근이 즐겁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다.

버스기사와 유튜버라는 '투잡'을 뛰면서 행복한 24살 청년 김진성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8일, 대면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그의 채널 세부 정보란에 있는 이메일로 기획 의도와 취재 요청 문의를 했다. 다음날 밤 9시께 문자로 답이 돌아왔다. 통화가 가능한 시간을 묻고 다음날 1시께 전화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보통 주 5~6회 새벽 4시 반에 집에서 나가 오후 8시께까지 일을 한다. 이번 주는 그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대학과 회사 통근 운행을 하는 날이었다. 대면 인터뷰를 잡기가 쉽지 않아 그는 기자에게 카카오톡(카톡) 메신저로 답을 해도 괜찮은지 물었다. 그렇게 26~7일 이틀에 걸쳐 카톡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유튜브 '20대 버스기사 이야기' 채널 캡쳐]


◆ 버스 운전, '먹고살려고 시작했지만 해보니 적성에 잘 맞아"

김진성 씨는 여느 청년들처럼 20대 초반의 시기에 본인의 적성을 찾지 못해 고군분투했다.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바로 적성에 맞는 일은 찾지 못했다. 조립 공장을 관두면서 공장 관리자에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관둔다'고 하니 '공장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버스기사도 '자신과 과연 맞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는 "군대에서 운전병을 하면서 운전이 잘 맞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재밌는 일이 있나 궁금해서 요리도 하고 공장도 가봤다. 하지만 맞지 않아 버스를 시작했다. 더 쉽게 말하자면 그냥 '먹고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그는 자신의 성향과 일이 잘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님들을 사고 없이 안전히 태우고, 그렇게 조용히 일해 월급을 받는 게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작은 일들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신나게 달리다가 노란 불에 딱 맞춰서 넘어갈 때, 기분이 좋다. 오늘 운이 좋은 날인가 싶기도 하다"며 "새벽에 나와 아침이 되고, 점심이 되고, 저녁이 되는 걸 밖에서 운전하며 바라보는 것도 좋다. 색다른 차와 사람들, 그리고 시간마다 달라지는 길거리를 볼 때 뇌에 신선한 자극이 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화장실 가지 않기 위해 목마르면 물을 머금었다가 뱉기도

그는 대개 주 5회 평일에 일하고 한 달에 절반 정도는 주말에도 일한다. 일을 할 때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4시 반에 자가용을 타고 출근한다. 시내버스를 운행할 때는 다음날 새벽 1시에 일을 마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보통 오후 8시가 넘으면 일이 끝난다.

이동 경로는 매번 다르다. 대학교 통근과 회사 통근, 투어 등 업무를 주로 하는데 회사가 배차를 하면 그날 맡은 업무를 수행한다. 관광버스의 경우 대기시간이 상당한데, 대기시간이자 쉬는 시간이지만 마음 편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는 "대학교 통근할 때는 아침 9시 정도에 학교에 도착을 해서 저녁 5시~7시 정도에 나온다"며 "8시간 정도가 대기시간인데, 이때는 따로 멀리 가기도 애매하고 일이 있다는 부담감도 있어 주로 책을 보거나 동료 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운전 도중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지 물으니 진성 씨는 물을 웬만하면 마시지 않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그는 "기사들도 사람이라 화장실이 급하면 가야 한다. 대개 이런 경우엔 가는 길에 주유소가 있으면 잠시 갓길에 세우고 뛰어갔다가 오거나 한다"면서도 "기사님들이 대개 장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편이고 저 같은 경우엔 운행이 있을 경우 물을 안 마시는 편이니 갈 일이 웬만하면 없다"고 했다. 이어 "정 목이 마르면 물을 입에 넣었다가 창문 밖에 조심히 뱉어버린다"고 덧붙였다.

◆ 직접 편집까지 하며 '투잡' 뛰어도···"댓글 보면 힘나"

김진성 씨는 버스기사 일을 시작하는 동시에 유튜브도 시작했다. 유튜브 편집자는 따로 없다. 영상 기획과 제작,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김진성 씨가 직접 한다. 그는 "유튜브에 있는 강의들을 보면서 따라 해가며 직접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프로 6와 핸드폰이 그의 장비다.

그는 "버스를 시작할 때 버스기사 유튜버가 거의 없었다"며 "제게 온 기회라 생각하고 버스를 본격적으로 타기 전부터 카메라를 구입해 준비를 했다"고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른바 '투잡'을 뛰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어보니 "두 일을 해도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일하고 오면 누워있고 싶고 편집하기가 좀 힘이 들 때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봐주시는 분들이 댓글 달아주시는 게 재밌어서 힘이 난다. 힘닿는데까지는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버스기사 유튜버로서의 꿈 "사고 내지 않고 운전 잘하고, 좋은 영상도 만들고 싶다"

버스기사이자 유튜버인 김진성 씨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승객들이 기억하지 않는 버스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기억이 나지 않는 기사는 평범히 잘 데려다준 기사일 것"이라며 그렇게 길게 일하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무사고 운전 경력을 만들어 더 좋은 회사로 입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중엔 모은 돈으로 펜션을 지어 낚시터를 운영하고 싶고, 몇십 년 뒤에도 유튜브를 계속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레전드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1000만 조회 수 영상을 제작해본다든가 유명 인사와의 합방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진성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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