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 한국 조선·해운산업 이대로는 안된다⑥ 선박금융, 中·日 벤치마킹···해운발전기금 설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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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1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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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책금융기관, 정치권·노조 눈치에 발목

  • 시중은행, 글롭러 규제에 대출 되레 줄여

  • 민·관 자금 출자···업계 위기때 활용해야

우리나라 선박금융은 사실상 사면초가 위기에 처했다. 우선 선박금융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국책금융기관이 돈줄을 쥐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은 선거철 표를 의식한 정치권, 당장 코앞만 살피는 노동조합에 매번 발목을 잡히고 있어 속 시원한 구조조정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 매년 위기 상황에서 중소형 조선·해운사의 연명 작업에만 매달려야 하는 입장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도 지친 것일까. 국책금융기관 내부에서도 선박금융 담당 업무를 축소하려는 모습까지 관찰된다.

그렇다고 시중은행에 기대할 수도 없다. 현재 시중은행은 바젤Ⅲ 도입 등 글로벌 규제 강화 탓에 리스크 높은 대출을 오히려 줄여야 하는 처지다. 선박금융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이렇듯 국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모두 기피하는 선박금융은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선박금융 전문가들은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에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중국 정부는 해운산업 지원을 위해 '선박산업투자기금'을 최초 자본금 29억5000만 위안(약 4990억원) 규모로 설립했다. 이 기금은 민간업체의 참여 등으로 200억 위안(약 3조3830억원) 상당으로 조성됐다. 정부 주도로 기금과 펀드를 조성해 선박금융 역할을 맡긴 것이다.

같은 시기 중국에서 정부가 아니라 민간 사모펀드가 주도한 50억 위안(약 8458억원) 규모의 '항운산업기금'이 조성된 것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에서도 2012년 일본선박투자촉진(Japan Ship Investment Facilitation Co., Ltd; 이하 JSIF)을 설립해 중소 선주집단 자금과 국책금융기관 자금을 공동으로 투입해 기금을 설립했다. 이후 2014년 일본 조선소가 활황을 보이자 일본 정부는 JSIF의 설립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해 이를 해산했다.

중국과 일본의 모습과 달리 국내에서는 해운업 발전을 위한 기금이 조성되지 않았다. 금융권과 조선·해운업계는 정부가 앞서서 해운발전기금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에서 어렵더라도 특별법을 설립해 기금의 설립과 운영·관리를 법률로 규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해운업계도 자발적으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해운공제조합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개별 조선해운사가 위험에 닥치면 정부나 국책금융기관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해운공제조합이 설립된다면 자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공제조합은 평시에는 시중은행 등에 보증을 진행하고, 시중은행은 이를 근거로 조선·해운사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선박리스를 활용해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의 경우 정부가 금융리스회사에 융자를 통해 자국 조선업과 해운업을 지원토록 했다. 중국 리스업체는 선박을 직접 발주한 뒤 이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는 동시에 해운업체들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3월 말까지 중국 선박리스업체들이 보유한 선박은 989척, 자산잔액은 1139억 위안(약 19조2662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금융기관이나 시중은행이 선박금융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이들이 열심히 한다고 선박금융이 부활할 수도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의 선박금융을 연구해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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