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에 맞불...외국산 컴퓨터·SW 퇴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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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12-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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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美기업 정조준...3년내 자국산으로 교체 지시

중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반격에 나섰다. 향후 3년 안에 모든 정부기관에 외국산 컴퓨터(PC)와 소프트웨어(SW)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초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가 중국의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에 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내년부터 3년 안에 자국산 제품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번 조치는 기밀 사항이지만, 사이버 보안 회사 2곳의 직원들로부터 확인했다"며 "중국 정부가 2017년 만든 사이버보안법에 따라 자국 제품과 기술 사용을 늘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하드웨어 2000만~3000만 대가 교체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2020년에 전체 중국 정부기관 하드웨어의 30%, 2021년엔 50%, 2021년엔 나머지 20%가 교체될 전망이다. 교체 비중 앞글자를 따서 '3·5·2 정책'이라고 불린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폴 크리올로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ZTE(中興通訊·중싱통신)와 화웨이(華爲)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에 대해 보이콧(배제)을 하면서 중국 정부가 외국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금지 조치를 시급히 시행해, 자국 기업에 숨통을 틔워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의 전방위 공세로 중국에서 기술 자립 필요성이 더욱 긴급한 사안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제재 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정부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지난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의 중소 무선통신업체나 브로드밴드(광대역통신) 제공업체들이 연방정부 보조금을 화웨이나 ZTE의 장비 구매·유지 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FT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HP, 델,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미국 기술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자국과 동맹국에 중국산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화웨이.[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다만 중국 정부가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까지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자체 운영체제(OS)인 '기린(麒麟)'이 있기는 하지만 MS의 윈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가 민간 기업들에 교체 지시를 내린다고 해도 비용이 많이 들고, 교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가 미국 기업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IT기업들이 중국에서 연간 1500억 달러(약 178조36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매출의 대부분이 민간 부문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자국산 제품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정부기관은 대부분 중국 최대 PC 기업 레노버(롄샹·聯想)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레노버 컴퓨터가 중국 브랜드이고 중국에서 조립되긴 하지만, 컴퓨터 프로세서 칩은 미국의 인텔, 하드 드라이브는 삼성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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