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內 우리기업들이 한국 청년들 러브콜하는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승준 아주경제 논설고문.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입력 2019-12-06 07: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홍콩-마카오-광둥 연결하는 Big Bay 산업벨트 건설계획 진행중

  • 뉴욕만, 도쿄만, 샌프란시스코만에 필적하는 세계적 메가로 폴리스로 변신중

박승준 논설고문[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박승준의 지피지기(知彼知己)]

‘라쿠카라차(Lacucaracha)’
지난 6월부터 6개월째 홍콩 가두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청년 대학생들은 행진하면서 라쿠카라차를 즐겨 부르고 있다. ‘바퀴벌레’라는 뜻을 가진 라쿠카라차는 1544년에 시작된 스페인의 460년 멕시코 식민통치를 종결시킨 1910년의 멕시코 혁명 때 멕시코 민중들이 부른 노래다.

“병정들이 전진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지나~ 소꿉놀이 어린이들 뛰어와서 쳐다보며··· 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
멕시코 민중들은 기꺼이 자신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해가며, 피와 죽음을 강요한 스페인 지배자들과 끈질긴 생명력으로는 지구상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바퀴벌레처럼 싸워 마침내 독립을 이뤄냈다. 홍콩 청년, 대학생들은 지난달 24일 치러진 의회선거에서 범민주파가 86%의 의석을 차지하게 된 결과를 얻어 ‘승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위를 지켜봐온 홍콩의 기업인들은 “안타깝다, 젊은이들의 시야가 너무 좁다”고 말하면서 “홍콩 젊은이들이 불러야 할 노래는 라쿠카라차가 아니라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인데···”라며 탄식한다.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yes I would, I really would,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 ~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날아다니는 참새가 되어야지, ··· ,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되어야지, ···”
대체로 성공을 거둔 홍콩의 경제인들은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에 출생한 ‘97년둥이’들이 시위에 많이 가담했다”고 전하면서 “이번 시위의 가장 큰 동기는 ‘일국양제(一國兩制)’가 끝나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사회주의가 홍콩에 전면 시행되는 2047년 이후 자신들의 앞날에 꿈과 희망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진단한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의 그런 판단은 착오”라고 말한다.

지난 6개월간 계속된 시위과정에서 시위대와 홍콩시민들은 많은 소문을 만들어냈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좋은 것들을 선전(深圳)이나 상하이(上海)로 옮기고 홍콩은 껍데기로 만들려고 한다, ··· 2047년이 되기 전에 중국공산당이 홍콩의 토지제도에 사회주의식 혁명을 하려고 한다, 중국 본토인들을 홍콩으로 대규모 유입시켜 인종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다, 중국정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에서 홍콩을 제외하고 선전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이 많이 나돌았다. 홍콩의 친중파 기업인들은 “왜 일부 청년 대학생들과 불만계층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의 미래를 겨냥해서 제시한 미래 계획에는 애써 눈을 감고 근거 없는 소문에만 귀를 기울이느냐”고 말한다.

김원진 주홍콩 한국총영사도 “자유로운 금융환경, 안정된 환율, 영어가 잘 보급된 글로벌한 거주여건, 낮은 세율, 안정된 법치 환경 등 중국 내 도시나 이웃 동남아시아 도시들이 못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가질 수도 없는 경제환경을 홍콩이 갖고 있는 점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고 말하고 “현재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은 홍콩을 포함한 선전과 상하이, 마카오와 광둥성의 주요 도시들을 잇는 메갈로 폴리스 경제벨트를 건설하는 것이고, 이 벨트에서 금융과 파이낸싱의 노하우를 쥐고 있는 도시가 홍콩이므로, 홍콩의 그런 기능을 더욱더 강화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주 홍콩 한국총영사관에서 주재관을 지낸 성창훈 기획재정부 국장도 “홍콩의 뱅킹과 파이낸싱 기능을 싱가포르로 옮긴다는 말도 근거가 약한 말”이라면서 “싱가포르는 지역적으로 중국이라는 배후를 가질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홍콩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기업인들도 “영국은 130년 홍콩 식민통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프리덤(자유)을 가르치고, 자유경제의 바탕을 제공했으며, 영국 특유의 ‘Rule of Law(법대로 하기)’를 홍콩 시민생활과 경제활동의 기반으로 건설했다”면서 "홍콩의 그런 경제적 자산을 선전, 상하이 등 중국 내 도시나 동남아 다른 도시들은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홍콩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덩치가 작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로 단기간의 충격은 홍콩에 가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홍콩의 안정은 머지않아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홍콩의 한국 기업인들은 “홍콩의 좋은 것들을 중국 정부가 빼내서 중국 내 다른 도시로 옮기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면서 “중국인들은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두 개의 주머니를 다 채우는 걸 좋아하는데 왜 한쪽 주머니를 비워 다른 쪽으로 옮기겠느냐”고 말했다.

2017년 7월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홍콩 주권의 중국 반환 20주년을 기념해서 홍콩을 방문해서 ‘광둥·홍콩·마카오 협력과 다완취(大灣區) 건설 협의 계약’ 서명식에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과 이들 세 지역 행정수반들이 서명한 계약은 2년간의 스터디를 거쳐 지난 2월 18일 중국공산당 중앙과 국무원 공동 명의로 ‘광둥·홍콩·마카오 다완취 건설 계획 요강’으로 발표됐다. 다완취 건설 계획은 시진핑 지도부의 중국공산당과 중국정부의 야심찬 계획으로, 홍콩·마카오와 광둥성의 9개 배후도시를 연결하는 인구 7000만의 메갈로 폴리스 경제벨트를 건설해서 뉴욕 베이와 도쿄 베이,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필적하는 '광둥-홍콩-마카오 그레이터 베이 에어리어(Greater Bay Area)'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이 지역의 바다 위를 연결하는 강주아오(港朱澳) 대교는 건설이 마무리 단계이며, 뱅킹과 파이낸싱 허브가 될 홍콩과 관광산업 중심지로 제2의 라스베이거스가 건설 중인 마카오는 그동안 바다로만 연결되다가 고속도로로 연결됐다. 광둥성의 9개 배후도시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첨단 제품 생산 기지가 건설된다. 시진핑을 리더로 하는 중국공산당과 중국정부의 야심은 이미 발표한 현대판 실크로드 건설 계획인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프로젝트의 해상 실크로드 원 벨트 프로젝트 시발(始發) 지역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 당과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최대의 장애물이 있다면 미국과 중국의 대립 관계이며, 홍콩에는 “트럼프의 미국정부가 미국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이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유입하는 달러화 FDI를 차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많이 나돌았으나 “아직 미국 정부가 그런 의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일도 없고, 그런 조치를 실제로 취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것이 홍콩에서 성공한 한국기업인들의 견해다. 홍콩의 전통있는 유력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홍콩인권법안 조항 가운데 ‘군사용과 상업용으로 모두 활용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이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한다’는 조항이 포함됐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미국도 홍콩 일원에 빅 베이 산업벨트가 조성돼 세계경제에 도움을 주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홍콩 기업인들은 말했다.

중국공산당이 조만간 사회주의식 토지개혁을 홍콩을 대상으로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나, 한족 인구의 대규모 홍콩 이전으로 홍콩 현지 주민의 비율 낮추기를 뜻하는 ‘diluting(물타기)’을 계획 중이라는 설도 나돌았으나 토지개혁의 경우 중국 본토에서도 이미 1997년부터 50~70년의 사용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이 이뤄졌으며, 한 차례 더 기한이 자동 연장되도록 입법이 이뤄진 마당에 홍콩에 대한 마오쩌둥(毛澤東)식 토지개혁이 시행될 것이라는 소문은 난센스라고 홍콩 경제인들은 말한다. 홍콩에 대한 인종 물타기의 경우 1997년 이후 하루 150명 정도의 중국인들이 홍콩에 유입돼 현재 750만의 인구 가운데 150만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고학력 인재들인 점을 감안하면 ‘물타기’라는 비난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홍콩 경제인들은 말한다.

김원진 총영사는 “현재 홍콩 산업계의 인력구조는 IT분야 고급인재나 스타트업을 할 청년 인구가 부족한 실정이므로 본국 정부에 한국의 청년 인재들에게 홍콩 진출을 권유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친중국계 문회보(文匯報)는 “지난 11월 29일부터 이틀간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국제인력자본관리 포럼에서 발표된 ‘본토에서 다완취 지역으로 유입되는 인재 유입률’은 2019년 3분기에 1.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4%보다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다완취 지역의 인터넷과 부동산 산업 전문 인력은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문회보에 따르면 이들 중국 인재들은 평균 초임 월급이 지난 3분기에 중국 내 최고 수준인 9344위안(약 158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홍콩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위로 인한 홍콩의 일시적인 어둠만 보지 말고, 자유와 법치를 바탕으로 한 홍콩의 단단한 경제기반과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다완취 계획에 주목하면 지금이 한국 기업과 청년들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인은 우리 청년층이 홍콩 시위 젊은이들이 자신을 바퀴벌레로 표현하는 라쿠카라차를 부르는 것만 듣지 말고 새가 되어 멀리 떠나라는,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페루 민요 '엘 콘도르 파사' 가사처럼 홍콩에 와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