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해마다 커지는 손보업계 과열 경고음

윤동 기자입력 : 2019-12-04 05:00

윤동 아주경제 금융부 기자.


"음악이 멈추고 나면 상황은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나 음악이 계속 연주되는 한 우리 모두는 일어나 춤을 출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우리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한 지난 2007년 7월, 미국 대형 은행인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척 프린스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개탄했다. 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대부분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당시 금융권을 꼬집은 것이다. 
 
국내 손해보험업계도 이 같은 개탄이 필요한 심각한 위기의 전야인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철마다 심각해져가는 도 넘은 과열경쟁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최근 너나할 것 없이 공격적 영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일례로 유사암·소액암 관련 상품을 꼽을 수 있다. 진단자금을 많게는 기존보다 10배 이상 확대하고 가입심사 기준을 낮춰 고객 몰이에 나서는 식이다. A손보사가 보장금액을 높이면 B손보사가 질세라 보장금액을 따라 높이는가 하면, C손보사는 심사기준을 하향조정해 고객을 더 끌어들이려 애쓰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품이 당장 회사의 판매고를 끌어올리기 좋겠지만 길게 보면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치매보험, 지난해 치아보험처럼 한때 광풍이 불었다가 지나간 이후 보험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제살깎기'식 경쟁이 반복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혜택이 있느냐 하면 그마저도 아닌 것 같다. 이 같은 상품으로 소수 고객은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대다수 고객은 치솟는 손해율 때문에 결국 향후 보험금을 더 내야 한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반복되는 과열 경쟁에 금융당국이 나섰다. 일부 손보사가 제살깎기식 경쟁을 못하도록 당국에서 나서달라고 읍소한 결과다. 그 결과 금융당국이 보험 상품 사업비 및 수수료 개편 정책을 내놨지만 유예기간이 1년 넘게 주어진데다 빠져나갈 구멍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도 넘은 과열 경쟁이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마저 나섰음에도 이 같은 과열 경쟁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최종적으로 폭탄 돌리기에 성공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일부 고위 경영진 입장에서 지금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후임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자신은 성공의 과실만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대형 보험사 관계자도 "지금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것은 보험 관련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임기가 짧은 경영진만이 이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역대 최고의 변화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폭탄 돌리기는 결국 보험산업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 
 
물론 고객의 니즈(nesds)를 감안해 상품을 개발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보험산업의 존립과 보험사의 계속성을 위협하는 행태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소수의 고객만 이득을 보는 이른바 '로또상품'은 장기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다수의 소비자를 착취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보험 상품은 돈을 벌기 위한 투자상품이 아니다. 예·적금처럼 원금을 거치했다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 상품도 아니다. 보험은 살아가면서 닥칠 수 있는 사고나 부상의 위험에서 적절한 보장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이다. 이 같은 기본 원리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로또상품은 정상적 보험 상품이라 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 같은 상품을 확대재생산하는 손보사 역시 정상적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과열 경쟁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손보사 자신들이다. 간단하지 않겠지만 손보사 모두가 춤을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과도한 경쟁은 결국 본인을 포함한 모든 관계자의 비극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음악이 멈췄을 때 폐허만 남아있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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