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채용비리 재심의 중 김태호 사장 사임…서울시 입장만 어정쩡

한지연 기자입력 : 2019-12-03 09:40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2일 사직서 제출…"KT 신임 회장에 언급돼 자리유지 적절치 않다"
[이미지=김태호 서울교통공사사장.연합뉴스]

감사원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감사 결과에 이례적으로 반발하며 재심의까지 요청한 서울시가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퇴장으로 곤혹스러운 처리에 놓이게 됐다.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은 시가 스스로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해당 의혹 일부를 인정하고 서울교통공사 사장 해임을 권고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조직적인 채용비리는 없었다"며 강하게 이의제기와 재심 신청을 했다. 

감사권 감사결과에 대해 감사를 받는 기관이 이의제기조차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여서 서울시의 이런 조치는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감사원의 재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감사원의 문책성 권고대로 김태호 사장이 물러나면서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의 모양새가 어정쩡하게 됐다.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결과 재심의와 김태호 사장 사임은 별개라고 강조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서울시의 주장은 김태호 사장의 사임으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게 시 안팎의 관측이다.        

김태호 사장은 지난 2일 서울시청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오늘 서울시에 사장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KT 신임 회장 선임 절차에 (제가)언급되는 상황에서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이라는 책임의 무게에 비추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임기가 아직 6개월 남았지만 그동안 구의역 사고 후 안전 개선과 양 공사 통합에 따른 후속처리, 통합 공사 출범과 동시에 사직한 임원들의 시차적 퇴임 등 통합 공사 첫 사장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수했다"면서 "이제 다음 임무는 새로운 사람이 더 나은 경영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KT, 하림그룹, 차병원그룹을 거쳐 2014년 8월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한뒤 2016년 서울메트로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17년 5월 31일 서울도시철도공사(1∼4호선)와 서울메트로(5∼8호선)를 통합한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면서 통합공사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김 사장의 사임을 권고했을 당시 박 시장이 직접 나서 김 사장의 보호막 역할을 했다.

실제 김 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기간(2011~현재) 중 절반 이상인 약 5년5개월 동안 서울시 교통정책을 총괄하며 박 시장의 두터운 신임을 쌓아왔다.

김 사장의 사임 배경에는 감사원의 채용비리 재심의와 함께 검찰고발, 노사갈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5일 서울교통공사 불법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 사장을 업무방해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 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채용비리 뿐 아니라 취임 후 시도한 다양한 사업 등이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어 박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격화된 김 사장과 공사 노조와의 갈등도 압박 요소다. 노조는 지난달 15일 김 사장을 임금 및 단체협약 노사합의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에 고발했다. 이후 같은달 22일에는 김 사장이 노조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SNS에 개시했다면서 김 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김 사장이 감사원의 채용비리 감사 결과에 그동안 심적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박 시장은)끝까지 가길 바랬는데 결과적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것으로 비춰져 서울시도 무거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의 재심의가 진행중인 와중에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서울시가 그동안 노력해온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오명을 푸는데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면서 "결국 감사원 채용비리 결과를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돼 조직 차원의 부담감은 덜었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시의 입장이 어정쩡해졌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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