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달러 MRO 시장] ②육성 5개년 계획 발표 또 미룬 ‘정부’, 해외로 세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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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12-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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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상반기에 발표... “육성 의지 있느냐”는 비판 커져

  • 민간 항공기 증가 등으로 해외 의존 더욱 심회될 것으로 전망

“항공정비(MRO) 기업의 국내외 정비물량 수주와 해외 정비능력인증 획득 등을 지원하고, 올해 안에 항공 MRO 산업 육성을 위한 5개년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우주산업 발전 전략 심포지엄’에서 국토교통부를 대표해 나온 한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와 달리 그 약속은 또 다시 ‘공약(空約)’이 됐다.

◆ 내년 상반기에 발표... “육성 의지 있느냐”는 비판 커져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연내 예정됐던 MRO 산업 육성 5개년 마스터플랜의 발표를 내년 상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쯤 나올 예정이어서 그 시점에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부 등 각 유관기관에서 MRO 산업의 육성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행동은 따르지 않으면서 관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간과 군 등에서 MRO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수요가 외국으로 빠지면서, 연간 조 단위의 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향후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국토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RO 시장 규모는 약 3조68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정비를 처리했다. 민수의 경우 총정비비 2조5500억원 가운데 해외 의존율이 54.1%에 달했다. 군수는 총정비비 1조1300억원 중 60.0%를 해외에 맡겼다.

물론 국내에도 MRO를 하는 곳은 적지 않다. 숫자로만 따지면 약 40개가 넘는다.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업체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자회사 한국항공서비스(KAEMS), 샤프테크닉스케이 등이 있다. 하지만 KAI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체 물량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 상태라 산업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MRO 업계 관계자는 “자가정비 체계를 보유한 대형항공사(FSC)와는 달리 저비용항공사(LCC)는 기체, 엔진, 부품 등 대부분의 정비를 몽골을 비롯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LCC는 수리용 예비비품 확보가 FSC보다 적어 항공기 결함 발생 시 정비지연 등 항공기 정시, 안전운항에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FSC의 경우 MRO 관련 시간당 임금 단가가 100달러인 것에 비해 아시아 주요 국가의 시간당 임금 단가는 5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며 “LCC들도 대부분 정비를 해외 업체에 의뢰해야 하는 상황으로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이대로 가면 해외 의존 더 더욱 커진다’
향후 이 같은 해외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국내 항공 시장의 확대로 민간 수요가 느는 추세인 데다가 군의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국방위원회·비례대표)이 공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군용기 해외정비비만 2015년 1003억원에서 2023년 8941억원으로 8년 새 무려 9배가 된다. 이로 인해 군의 총정비비도 같은 기간 2조4841억원에서 4조2243억원으로 70.1%나 는다.

공군이 정비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육·해·공군 3군 중 공군에 가장 많은 △예산 △인력 △시설이 투입된다. 그러나 부가가치가 낮은 기체 정비 등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해외 의존을 벗어나기 힘든 구조라는 뜻이다.

실제 국방부는 정비분야를 9개 분야(기동, 화력, 항공, 함정, 통신전자, 일반, 특수, 정밀측정, 정보체계)로 나누는데, 8년간(2015년~2023년) 예산의 39.9%를 차지하는 분야는 MRO다.

김 의원은 “군용기 정비는 민용기 정비와 기술·장비·시설 등 3대 정비요소가 거의 유사하다”며 “일자리 창출 등 미래가치를 보고 민과 군이 힘을 합쳐 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774억 달러였던 해외 MRO 시장 규모는 2028년 1147억 달러로 연평균 4.0% 성장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 평균보다 높은 연평균 6.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경남도,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6월 경남 사천시 사천읍 용당리 한국항공서비스(KAEMS) 본사에서 국내 1호 항공정비(MRO) 산업단지인 용당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착공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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