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석민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이보미 기자입력 : 2019-11-29 08:00

김석민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은 "회계 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신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에 따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앞두고, 작은 회계법인들의 한숨이 깊다. 회계 개혁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중소 회계법인들은 당장 내년부터 직원을 늘리고, 당국이 내놓은 내부 통제 기준에 맞춰 법인을 조직화해야 한다. 

당국이 제시한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외부 감사 업무를 아예 맡지 못한다. 김석민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회계법인에 유리한 정책을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외감법 대형 회계법인에만 유리"
 
28일 만난 김석민 회장은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상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0 회계연도부터 상장사 감사인 등록제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함께 시행된다. 감사인 등록제는 작은 회계법인들이 걱정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외부 감사인으로 등록하려면 총 40명 이상의 공인회계사를 둬야 한다. 3월 기준으로 전체 회계법인 175곳 중 28곳만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나머지 147개사는 인수·합병(M&A)을 해서 인원을 채우거나 직원을 더 뽑아야 한다. 
 
또 상장사 감사 업무를 맡으려면 회계법인 통합관리를 위한 조직과 내부 규정, 전산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감사 업무 독립성 준수 여부 점검, 감사 투입 시간 측정 등 감사품질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조직 관리 체계를 '원펌' 구조로 만들라는 얘기다. 그러나 보통 중소 회계법인은 각 팀들이 여러개 뭉쳐 하나의 법인을 이룬 연합 구조다. 이른바 '셀' 책임자들이 모여 의사 결정을 하는 집단 결정 체제다.
 
대형 회계법인이 감사를 한다고 반드시 회계 신용도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회계 부정에 연루된 기업의 감사를 맡았던 곳은 모두 대형 회계법인"이라며 "회계법인 대형화가 아닌 감사 법인의 독립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빅펌 구조가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오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요청해 받은 중소 회계법인의 조직 구조와 회계 품질에 대한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그동안 빅펌만이 회계법인의 대변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의사 결정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중소회계법인에 유리한 정책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수립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지 좋지만 공정한 방향성 필요"
 
당연히 신외감법의 취지 자체는 좋다. 김 회장은 "100% 자유 수임제로 바뀌면서 회계법인 간 과당 경쟁이 심해졌다"며 "덤핑 체제가 굳어져 감사에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없게 되자 감사 부실 문제도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방향성이 문제다. 되레 회계 업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신뢰도를 해결할 열쇠는 아니란 지적이다. 김 회장은 "까다로운 등록 요건 때문에 상장사 감사 업무를 아예 포기하는 곳도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건전한 경쟁 요소가 줄어들고, 오히려 상장사 감사 업무가 '그들만의 리그'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대형화에 성공한 법인들만 큰 수혜를 누리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작은 회계법인들은 상장 업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이끄는 신정회계법인도 마찬가지다. 당초 회사는 영앤진회계법인과 M&A를 통해 감사인 등록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직원 수 외에도 맞춰야 할 형식적 요건이 너무 많았다. 내부에서 상장사 감사 업무를 포기하자는 의견과 등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포기한 쪽은 신정회계법인, 등록을 원하는 쪽은 영앤진회계법인에 남기로 했다.
 
해외 시장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김 회장은 "미국도 감사인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매우 다르다"며 "대부분 등록을 허용한 뒤 실제 상장사 감사를 한 회계법인에 대해 추후 조직 감리를 실시하고, 후속 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아예 자격 자체에 높은 벽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폐쇄적인 제도는 기득권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중소 회계법인도 회계 불신 문제에서 자유롭진 않다.

김 회장은 "중소 회계법인 역시 영업에만 주력하느라 품질 관리에 소홀한 경우도 있다"며 "특히 품질 관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 경영 구조를 바꾸는 데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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