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 한국 조선·해운산업 이대로는 안된다② 금융사 "선박금융 리스크 높아 대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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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11-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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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 앞에선 "조선·해운사 도와라"

  • 뒤로는 "대손충당금 많이 쌓아야" 규제

  • 건전성 강화에 선박금융 손대기 어려워

"국내 대표 제조 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부산 조선기자재 업체를 찾아 조선업계의 금융애로를 청취하고 이같이 선언했다. 지난 6월에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울산시에서 간담회를 열고 조선사의 재도약을 위해 시중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은행권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금융당국이 앞에서는 조선·해운사를 도와주라고 하면서도 뒤로는 이들에 대한 대출을 놓고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으라고 규제하는 탓이다. 당국의 건전성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리스크 높은 선박금융에 선뜻 손대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해운 호황기였던 2007년 전체 선박금융 규모는 4조8510억원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 시중은행이 3조7129억원(76.5%), 공적수출금융기관이 1조1390억원(23.5%) 가량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의 비중은 10% 미만으로 줄었으며, 공적금융기관이 90% 이상을 책임지는 체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해운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중은행이 선박금융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국내 시중은행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운 글로벌 건전성 규제 강화 흐름과도 연관이 깊다.

은행 건전성에 관한 국제표준 기준을 제정하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의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유동성 위험에 주목해 2010년 바젤Ⅲ를 제정했다.

바젤Ⅲ는 은행의 자본적정성 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유동성 비율규제를 별도로 도입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단계적으로 바젤Ⅲ 규제가 도입되고 있으며, 오는 2022년에는 완전히 도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은 바젤Ⅲ 등 건전성 규제 도입으로 리스크가 높은 대출을 축소하고 안전자산을 늘려야하는 상황이다. 리스크가 높은 조선·해운사에 대한 대출과 보증을 늘릴 때가 아니라 줄여야 할 시기라는 의미다.

실제 다른 시중은행보다 다소 조선·해운사에 대한 여신이 많은 농협은행은 2016년 국정감사에서 조선·해운사에 대한 여신 탓에 부실이 급증하고 있어 리스크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건전성 규제 강화 흐름에서 리스크가 높은 조선해운사에 무턱대고 대출을 늘리기는 어렵다"며 "현실적인 방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국내 시중은행의 선박금융 기피 현상이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대출을 운용하는 상황이라 일방적으로 규제 탓만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선박금융을 취급했던 국내 시중은행의 총 자산이 1806조3074억원에 달하는 반면 선박금융 대출잔액은 3조6823억원으로 0.2%에 불과하다. 지금보다 두 배 가량 대출을 늘려도 은행의 건전성을 완전히 뒤흔들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금융사가 리스크 걱정을 줄이고 조선·해운사에 여신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금융사도 만성적인 선박금융 기피 현상에서 벗어나 주력 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월 부산시에 소재한 조선기자재 업체를 찾아 현장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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