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중심 직불제 바꾸고 공익형에 예산 30%까지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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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19-11-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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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위 "농정 틀 근본 전환 필요 시점"

  • "쌀 직불제로 시장 왜곡...농어촌의 다원적 기능에 재정 늘려야"

  • "경영자 농업은 환경 파괴와 농어촌 공동체 해체 불러올 것"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농어업특위)가 현재의 쌀 중심 직불제를 공익기여형 직불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쌀 직불제가 시장의 왜곡을 유발하고 있는 만큼 농어촌의 다원적 기능에 재정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진도 농어업특위 위원장은 26일 "농정이념을 경쟁과 효율에서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으로, 국가 주도가 아닌 농어민의 자율과 창의성을 지원하는 행정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어업특위는 이날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공동으로 ‘농어업·농어촌의 새로운 가치와 정책 전환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농정 비전 방향을 점검했다. 이를 바탕으로 농어업특위는 다음 달 농정 비전 선포식을 하고 내년 2월까지 최종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 4월 10년 만에 부활한 농어업특위의 농정 혁신 결과물이다.
 

26일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국제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박진도 농어업특위 위원장.[사진=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주제발표에 나선 오현석 농어업특위 사무국장은 "근본적인 농정의 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에 부응해 농업정책도 사람과 공익 가치를 중시하고 주민참여 농정, 노동 간 삶의 질 격차 해소 등 포용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 경제성장을 위해 농촌을 희생시킨 결과 우리 농업은 대외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됐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으로 농산물 개방 압력이 거세지자 뒤늦게 국가 주도의 농업 생산주의 정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쌀, 축산, 시설원예 분야 대농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달성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 제고는 한계에 다다랐고 농가 실질소득 수준이 줄고 있다"며 "농촌 고령화 현상과 화학 비료 과다 사용, 생태계 파괴 등 환경부담도 늘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농업정책은 한계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행 쌀 중심의 소득보전형 직불제 개편을 강조했다. 오 사무국장은 “생산주의 농정의 산물인 쌀 직불제 등 시장을 왜곡하는 지원을 축소하고, 생태·환경 보전 등 준수 의무를 전제로 농어촌의 다원적 기능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익기여 직불제는 기본형과 가산형으로 구성하고 단계적으로 늘려 2022년까지 전체 농정 예산의 최소 30%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직불금을 특정 농산물과 연계하지 않고, 규모가 큰 농가에 편중되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6일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국제 심포지엄에서 주제강연 중인 알란 버크웰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명예교수.[사진=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알란 버크웰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명예교수는 유럽연합(EU)의 농업 직불제 정책을 분석하며 우리 농업정책 전환에 시사점을 제시했다. 그는 EU 농업정책인 ’CAP(공동농업정책)' 전문가로서, EU의 농정 전환 전략이었던 '2000년 농업개혁(Agenda 2000)'의 기틀을 마련했다.

버크웰 교수는 "과거 EU의 농업정책은 여러 지적에도 '보상적 직불제' 방식을 선택해 농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며 “EU는 1992년 본격적으로 도입한 보상적 직불제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전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상적 직불제란 시장개방에 대응해 역내 농산물 가격 보존 차원에서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도입 이래 예산 문제와 도입 취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직불제에 대한 농가의 높은 의존도, 소득 불균등 심화 등의 문제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버크웰 교수는 “직불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라며 “디지털화를 통한 현대화 등 농촌 지역의 사회경제적 체질을 강화하고 현대식 농업에 의한 환경 오염·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혀 공익기여 방식의 직불제 전환을 지지했다.

네덜란드의 농촌사회학자인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전 와게닝엔대 교수는 "농민농업의 시대가 온다"며 "기술 혁신으로 생태적 자원에 기반한 다양한 방식의 농민농업이 가능해지면서 21세기 생태 위기와 농업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대농업 형태인 ‘경영자농업’은 원자재 대량 구매를 위해 금융자본이 지배한다”며 “농산업을 통한 자본 수익 증대 목적인 경영자농업은 환경파괴와 농어촌 공동체의 해체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플루흐 교수는 “중·소농, 가족농 등 전통적인 농사 형태인 농민농업이 가진 기존 생산력의 한계가 기술 혁신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생태 자본을 기반으로 노동에 대한 대가, 즉 농민의 소득을 목표로 하는 농민농업은 21세기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국제 심포지엄 기념 사진.[사진=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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