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볼 권리" vs "스크린 독점"…'겨울왕국2'의 갈등

최송희 기자입력 : 2019-11-26 16:00
적수가 없다. 그야말로 무적의 '겨울왕국'이다.

지난 2014년 국내 수입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의 속편 '겨울왕국2'가 개봉 5일째 470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또 한 번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2'는 전날(25일) 35만 3785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크린 수는 2190개 상영 횟수는 1만 2415번이다. 개봉 첫 주말 반응은 더욱더 뜨거웠다. 토요일(23일)에는 166만 1867만명 일요일(24)에는 153만 5595명을 동원했고 순식간에 누적관객수 479만 1600명을 모았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전작이 신드롬적인 인기를 끈 데다 연소자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겨울왕국2'를 찾는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다. 러닝타임도 103분으로 짧아 상영횟수·상영관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겨울왕국2' 상영점유율은 73.4%에 육박했고 '스크린 독점'이라는 쓴소리까지 듣게 됐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걸린 10편의 영화 중 7편이 '겨울왕국2'라는 점이 논란거리가 됐다.

앞서 '스크린 독점' 논란은 꾸준히 불거져왔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4'도 개봉 후 11일간 상영점유율 74.3%를 기록했고 최다 상영점유율과 좌석점유율은 각각 80.9%, 85%에 달해 '스크린 독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내 영화인들은 '겨울왕국2' 스크린 독점 논란을 짚고 나섰다. 지난 22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반독과점 영대위)'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법 개정을 요구했다. '겨울왕국2' 흥행 독주가 법 개정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겨울왕국2'는 좋은 영화지만,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이 영화를 볼 수는 없느냐"며 "공정하게 같이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공정 시장이 계속되는데 마냥 기업만 비판할 수도 없다. 문체부와 영진위가 나서서 영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 감독의 말대로 지난 13일 개봉한 '블랙머니'는 하루 80만∼90만 명의 좌석을 점유(일일 평균 좌석점유율 31.1%)하며 지난 20일까지 약 140만 명을 모았지만 '겨울왕국2' 개봉일 좌석은 30만 명대, 관객은 6만 명대로 감소했다.

극장 측은 '시장 흐름'을 언급하며 해묵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예매율에 따라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배치한다며 '스크린 쏠림' 현상은 곧 관객들의 수요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극장가 비수기인 11월, '겨울왕국2' 개봉으로 관객 수가 2~3배 증가한 것만 봐도 '스크린 독과점'은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보고 싶은 관객들의 욕구라는 첨언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관객들도 엇갈린 반응이다. "인기 많은 영화가 시간대를 다 가져가서 다른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입장과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찾는 건 당연하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후자의 경우 '볼 권리'를 내세우며 완성도 높고 인기 많은 콘텐츠에 관객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극한직업' '기생충' 등 국내 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할 때는 '독과점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꼬집었다. 외화 영화에만 '스크린 독점' 논란이 불거진다는 주장이었다.

'겨울왕국2' 스크린 독과점 논란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처럼 관객들의 '볼 권리', 스크린 독과점을 규탄하는 국내 창작자들, 수요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해야 하는 극장까지.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문제가 된 논란에 관해 영화계는 '스크린 상한제'를 골자로 한 영비법 개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발전계획'은 6편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같은 영화를 오후 1∼11시 프라임 시간대에 총 상영 횟수의 50%를 초과해 상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이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영화의 다양성·스크린 독과점 등의 문제에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한국영화산업 발전계획 개정안이 해결할 수 있을까? 시장 흐름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일까? 창작자와 관객 그리고 극장의 입장차가 좁히지 않는 가운데 '겨울왕국2'를 기점으로 '스크린 독점' 문제 해결 방안이 바로 잡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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